UEFA B Lisence
2025년 8월 2일.
올해 나에게 가장 크고, 어쩌면 가장 가치 있는 프로젝트였던 UEFA B 라이센스 코스가 시작되는 날이다.
올초, B 라이센스 코스를 찾다가 우연히 베를린 축구협회가 작년에 영어 과정으로 코스를 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올해도 열릴지, 열린다면 언제인지,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확실한 대답은 늘 조금씩 미뤄졌다. 그러다 5월이 되어서야 “올해도 열릴 것 같다”는 말을 들었고, 7월 둘째 주쯤, 2주 동안 진행되는 현장 코스라는 애매한 시기만 전달받았다.
7월이 점점 가까워졌지만 정확한 날짜는 나오지 않았다. 6월 말이 되어서야 주최 측으로부터 8월 첫째 주부터 둘째 주까지 코스가 열린다는 연락을 받았다. 여름 휴가는 결국 7월이 거의 다 되어서야 회사에 제출했다. 그 사이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인터뷰를 보고, 건강 증명서와 심폐 기능 검사를 마쳤다. 베를린에서 머물 숙소를 정하는 일도 있었다. 현장 코스에 앞서 온라인 과제도 주어졌고,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들여 그것을 마무리했다. 돌이켜보면 코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버린 셈이었다.
지금 나는 베를린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 앉아 있다. 창밖을 바라보다 보니 예전에 자전거 여행을 하며 만났던 한 호스트가 보여주었던 B 라이센스 증명서 한 장이 떠올랐다. 그때의 그것은 분명한 목표였지만, 동시에 아주 멀리 있는 물건처럼 느껴졌었다.
코스는 휴일 없이 14일 동안 이어졌다. 8월의 한여름, 달궈진 인조 잔디 위에서 훈련을 진행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루하지는 않았다. 내가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는 감각, 어쩌면 공부라기보다는 놀면서 배우고 있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오전의 이론과 오후의 실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점심시간마다 제공되는 식사도 유난히 맛있었다. ‘아, 이게 일하는 즐거움이구나’ 하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20년 넘게 한국의 교육 시스템 안에서만 배워온 나에게 이곳의 방식은 낯설고도 신선했다. 이곳의 피드백은 언제나 긍정적인 부분에서 시작한다. 칭찬에 인색했고, 완벽하다고 느껴질 때만 박수를 치던 나에게 그 태도는 꽤 큰 울림이었다.
매일 아침, 전날 배운 것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을 정리해 발표하는 시간도 인상적이었다. 내용이 겹치더라도 각자의 언어로 다시 말하고, 적고,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지식은 조금씩 내 안에 쌓여갔다. 단순히 전술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왜 이 훈련이 필요한가”를 이해하려는 시도였다. 무작정 외우던 학창 시절과는 전혀 다른, 배움의 감각이 분명히 존재했다.
이 코스에서는 훈련의 구성보다 철학과 원리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훈련을 만들기 전에 원리를 생각하거나, 이미 만들어진 훈련에 그 원리를 덧입혀 색을 입히는 일. 예전에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외우는 데 집중했고, 나중에야 비로소 모든 것이 조금 쉬워졌던 기억이 난다. 이곳에서는 처음부터 원리를 이해하려 한다. 아직 ‘원리’라는 말이 완전히 몸에 와 닿지는 않지만,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다.
가장 새롭고 흥미로웠던 분야는 스포츠 사이언스였다. 예전에는 스포츠 사이언스가 왜 필요한지 잘 몰랐다. 스포츠는 재미있게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느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더 깊이 스포츠를 이해하면서, 좋은 퍼포먼스를 위해 과학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프로팀에서는 훈련 계획과 경기 준비가 데이터 분석과 개인 데이터에 기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최근 심박수 측정 기어를 착용하고 마라톤 플랜을 세운 경험도 자연스럽게 겹쳐 떠올랐다. 이해할수록 흥미로웠고, 코스에서 배운 내용들도 훨씬 빠르게 스며들었다.
현장 코스가 끝난 뒤, 팀으로 돌아와 온라인 과제를 제출했고 10월이 되어서야 기다리던 라이센스를 손에 쥐었다.
실력이 충분해서라기보다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는 느낌에 가깝다. 이것이 여정의 끝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시작일 수도 있다.
지금은 길가에 놓인 돌 위에 잠시 앉아 쉬고 싶다. 주변을 둘러보고, 풍경을 바라보면서. 손에 쥔 B 라이센스를 바라보며, 마침표보다는 쉼표 하나를 조용히 찍어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