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워킹홀리데이 173일째
맞기도 전에 아프다고 말하지 말기
사람들이 잘츠 강가를 따라 달리는 해질 무렵, 나도 함께 달렸다. 물론 달리는 걸 좋아하니까, 그리고 레드불 아카데미에서 돌아오면서 넘어야 될 높은 많은 산들을 앞에서 다시 한번 많이 작아져 있는 내 모습을 보았다. 딱히 기댈 사람도 없고, 기대고 싶지도 않고, 항상 혼자 잘 이겨냈기에 이번에도 다시 운동화로 갈아 신고 달렸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에게 정말 많이 맞았던, 정확하게 이유는 기억나진 않지만 반 단체로 책상 위에 올라가 의자를 들었던 기억, 항상 맞는 친구가 오늘도 또 맞는 모습이 생각난다. 수업 시간 때, 특히 내가 제일 좋아했던, 수학 시간 때 나의 번호 날짜가 아니어서 긴장 풀고 있다가 선생님이 그날 날짜에 랜덤으로 숫자를 더해 내 번호가 불려지고 칠판 앞으로 불려 간다. 풀리지 않은 숫자들과 씨름하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와 맞고, 대부분의 경우 지나치게 떠들거나, 야자 시간 때 뻘짖을 한 이유로 맞은 것 같기도 하다.
저녁 시간 때 진이 빠질 정도로 축구를 하고 야자 시간 때 돌아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자고 있다가 야자 감독 선생님께 걸려서 맞고, 친한 친구랑 붙어서 속닥 속닥 이야기하다가 감독 선생님과 눈이 마주쳐 복도 나가 맞고, PMP로 인강 듣는 척하면서 다른 걸 보다가 터져 버린 웃음에 걸려 맞았다. 야간 자율 학습은 꼬박꼬박 잘 참여한 거 같은데 공부한 기억보다는 맞은 기억이 더 생생히 많이 난다.
확실히 기억나는 건 매를 들기 전에 선생님이 항상 하신 말은 ‘엄살 좀 피우지 마' 그리고 '엉덩이 쫙 펴고 혹은, 손바닥 쫙 펴야 안 다친다.’라고 덧붙이신다.
아직 이력서를 돌리지도, 나에게 맞는 회사들을 찾지도 않았다. 물론 회사를 찾는 거나 축구 클럽에 이력서를 집어넣는 일 조차 힘들 거란 걸 안다. 그리고 많은 곳에서 거절당할 것도 아는데, 미리 겁먹지 말자.
'많이 맞아 봤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