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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Oct 13. 2019

10월 8일

또 다른 중요한 것을 위해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나에게 말했다. ‘너는 인 풋 대비 아웃 풋을 너무 바라는 것 같아. 너 일에서든지, 사랑에서든지. 투자 좀 해!’.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기에, 나를 잘 알고 있었기에 아니라고 부정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렸을 적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 가면 뽑기 기계가 있다. 어떤 장난감들이 들어 있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탱탱공과 레고 같은 게 있었던 걸로 기억난다. 백 원짜리 동전을 넣고 돌리면 다르르 거리는 소리와 함께 뽑기 통이 나온다. 호기심에 십원 짜리 동전을 넣고 돌려 보거나, 그냥 돌려보기도 했다. 뽑기 통이 나오기는 커녕 헛바퀴만 돌아간다. 


꿈을 위해 유럽에서 계속 남아 있기 위해 비자를 얻을 수 있는 회사, 축구 구단을 찾는 게 우선적으로 해야 될 일 인걸 잘 안다. 이걸 해결하고 나서 움직여야 마음이 편하고, 여행을 가도 부담 없이, 맘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모든 걸 뒤로 하고 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4년 전 뉘른베르크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였다. 독일인 룸메이트는 있었지만, 주로 집에서 게임을 하고 밖에 나가서 운동을 하거나 노는 친구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만나겠지, 못 만나면 혼자 달리고 놀면 되지라는 생각에 Color runining이라는 대회에 참가했다. 즐겁게 뛰고 나서 뒤풀이로 파티를 하는 공간에서 Hannah와 Julia라는 친구를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난 24살이었고, 그 친구들은 16살 애기들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선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로의 근황을 확인하고 가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자전거 여행 중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지만,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었기에 만나지 못했다. 

Julia와 Hannah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1년의 Break term을 가졌다. Hannah는 영국으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 날아갔고, Julia는 호주로 갔다. 


스코틀랜드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런던을 경유하는 김에 Hannah를 잠시 만나 Julia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Julia는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끝내고 배낭을 메고 동남아를 거쳐, 지금 네팔에 농장에서 일을 하며 지내고 있고, 다음 주면 다른 농장으로 옮긴다고 했다. 교통수단은 엄지 손가락을 이용해서 그리고 다음 달 9월이면 요가 수업을 들으러 인도로 갈 계획이라고 들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맨 처음 머릿속에 떠 올랐던 건 ‘멋있다’였다.


긴 여행을 해 봤기에 알고 있다. 중앙아시아가 위험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을 해치거나, 몹쓸 짖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단지, 이런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가 강해야 할 수 있음을 안다.


모든 걸 중단하고 내가 아는 여자 중 가장 멋있고, 강한 여자를 만나러 비행기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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