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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Oct 09. 2019

여덟 번째 발걸음,

에이전트 회사 대표님과의 컨택 그리고 일

오스트리아로 넘어오기 전 한국에서 이홍규 대표님을 알게 되었다. 대표님은 프랑크푸르트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고, 한국 젊은 축구 선수들을 독일 리그에서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이전트 회사를 운영하고 계신다. 유럽으로 넘어왔을 때, 축구와 관련된 회사에서 시작하는 것도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대표님과 어렵게 컨택을 할 수 있었다. 


몇 주전 대표님에게 짧게 일을 도와줄 수 있냐고 연락을 받았다. 일 내용은 이렇다. 한국에서 유소년팀이 독일에서 열리는 유소년 대회에 참가하는데, 아이들을 케어해 줄 수 있냐는 것이다. 운이 좋게도 식당일을 끝내는 시점과 딱 맞아 떨어지는 10월 1일에 한국 팀이 프랑크푸르트로 도착한다고 했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한치에 고민 없이 가겠다고 했다. 

식당을 마무리 짓고 어느덧 10월 1일이다. 혹시 같이 훈련을 할 수 있지는 않을까, 도와줄 수 있지는 않을까란 기대와 함께 축구화와 운동복을 챙기고, 대표님이 부탁하신 카메라를 넣은 배낭을 메고 프랑크푸르트행 기차에 올라탔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 중 처음으로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러 떠난다. 마음은 설레고, 들떠있다. 5시간 40분 긴 시간을 기차에서 보낸 후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첫날,

아이들을 뒤치다꺼리는 일은 처음이라 많이 서툴다.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질문들,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아이들을 통제하는 일은 내 정신이 차릴 수 없게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일을 힘듦과 즐거움을 동시에 얻는 좋은 경험이다. 

몇몇 아이들은 숙소에서 핸드폰과 함께 지내고 아이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데리고 나가 독일을 구경시켜준다. 마트를 간다든가, 공원을 가는 일 지극히 독일 일상생활에 한 부분이 보여주는 일, 그걸로 아이들이 느끼는 독일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마트 구경을 하면서 같이 간 아이들에게 독일 펀트(Pfand)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어떤 목적으로 독일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않고, 캔, 플라스틱 병 그리고 맥주병에 펀트를 할 수 있는 마크가 붙어 있으면 일정량의 돈을 쿠폰으로 돌려받아 쇼핑이 끝나고 계산대에서 쿠폰에 적혀 있는 만큼의 돈을 할인받을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재혁이란 친구가 설명을 듣고 ‘그럼 쓰레기를 줄일 수 있겠네요!’라는 말했다. 축구에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세계를 알려주는 일은 나를 뿌듯하게 만든다.


구단 투어를 마치고, 친선경기가 있는 경기장으로 이동해 60분 경기를 했다. 이 어린이들도 정말 대단하다. 시차를 느낄 만 한데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또 경기장 안에서도 쉴세 없이 뛰어다니다니.

피곤이 한 번에 몰려왔는지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모두 골아떨어졌다. 몇몇은 스스로 일어나 숙소로 돌아가고 몇몇은, 내 팔에 안겨 들어갔다. 어렸을 때 나의 모습을 생각난다. 먼 여행을 하고 신나게 놀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면, 아빠가 나를 들어 이불 자리에 옮겨 놓았다. 아직도 기억나는 따뜻했던 아빠 품. 이제 내 품에 축구를 좋아해서 여기까지 날아온 아이들을 안는다.  



둘째 날,

아이들은 언어를 잘 몰라도 축구를 통해 친해질 수 있다. 어제와 다른 팀과 친선 경기를 하고 같이 뛴 팀 아이들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영어 몇 마디 할 줄 아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경기가 끝나고 같이 피자를 먹으면서 독일 친구들과 옆에서 붙어 웃고 떠들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음을 시간이 지난 후 스스로 깨달을 거다. 시대가 지나도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나도 이 나 이땐 금발 머리를 가진 아이들이 너무 신기하고, 멋있어서 친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금발 머리 아이들과 헤어지고 나서 숙소로 돌아오는 차량에서도 금발 아이 이야기뿐이다. 연락처라도 받아 놀걸, 혹시 미국에 사는 친구와 아는 사이는 아닐지, 또 보고 싶다든지.. 어린아이들의 마음은 정말 비슷한 것 같다.



세쨋 날, 

마지막 친선 경기 전 내 소개를 하고 관람하고 헤어졌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내 책을 보고 신기했는지, 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여기저기서 사진 찍어 달라고, 번호 받을 수 있는지, 카카오톡으로 또 연락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아이들은 정말 순수해서 좋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던 아이들과 헤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전에 아이들을 한번씩 다 안아주고, 사진 찍으며 작별했다.

에이전트 소속의 선수 숙소에서 꿈을 위해 먼 곳으로 날아온 한국 유소년 친구들을 만나 같이 이야기하고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소수가 모여 내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더 잘 전달되는 것 같다. 이야기가 끝나고 멋있다며 나와 사진 찍겠다고 한다. 내가 머라고 참 영광스러운 날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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