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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Nov 09. 2019

10월 21일

학창 시절 성적이 우수한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특정 몇 과목을 좋아하고 운이 좋게도 그 과목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성적을 받았지 한 번도 100점이라는 점수를 받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 번은 학원 선생님께서 한 개 틀린 시험지를 보시고는 내게 말하셨습니다. ”너는 이래서 안돼, 알고 있는 내용인데 덜렁대다 틀린 거 아니야” 그러면서 덧붙이신 말씀은 “넌 그 버릇 고치기 전까지는 100점 맞기 틀렸다.” 그땐, 100점이라는 성적을 못 받아도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으면 된 거지, 난 100점짜리 사람은 되지 않을래 하면 가볍게 충고를 받아 드렸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런 충고들은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건, 사람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충고를 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겠죠? 


아주 빠듯하게 바이에른 주에 있는 두 개의 팀을 다녀왔습니다. 한 팀은 성인이 3부에서 뛰고 있고 다른 한 팀은 2부에서 뛰고 있는 팀입니다. 조금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소화해 냈습니다. 유소년팀 훈련을 보지도 못하고 말 그대로 구단을 다녀오기만 했습니다. 클럽을 방문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거기에서 좋은 인상을 남겨주기란 생각했던 것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중 한 곳에서는 “여기까지 찾아와 줘서 고맙다”라는 소리는 듣지 못할 망정 되려 쓴소리를 들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나누고 왜 이렇게까지 하냐는 말만 들었습니다.  


아침에 기차 안에서 일반 회사에 지원서를 보냈는데 깜빡하고 자소서를 빼먹어 다시 이메일을 한 통 더 보내는 회사에게도 나에게도 번거로운 일을 했습니다. 그 후 좀 꼼꼼히 하자라고 스스로 다짐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오늘 방문한 클럽에 이메일을 보낼 때 엄청난 실수를 하고 말았네요. 첨부 파일에서 고칠 건 다 고쳤는데 이메일 내용 적는 란에 엉뚱한 말을 적어 버리고 말았네요. 언제쯤 정신을 차릴지 모르겠습니다. 몸은 몸대로 고생을 했는데, 이렇게 사소한 곳에서 실수를 하다니. 다시 한번 나에게 100점을 받기는 힘들 거라는 학원 선생님이 떠오르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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