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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Nov 24. 2019

열 번째 걸음

오스트리아 클럽 방문기

한국 그리고 한식당에서 일하는 동안 종종 생각했던 건, 만약 시간 허락한다면 유소년 팀이 있는 훈련장을 방문하고 좋은 훈련들을 내 걸로 베껴오고 싶었다.  열리지 않는 일자리의 문을 두드리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문뜩 그런 생각이 다시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자 당장 아카데미가 있는 클럽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레드불 훈련장에서 만난 몇몇 아카데미도 머릿속에 떠 올랐다.


다양한 훈련을 보고 싶었기에 많은 아카데미를 방문하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겨준 Graz를 너무 방문하고 싶었다. 올 초 한참 15세 팀 훈련을 보고 경기를 볼 때였다. 여느 때와 똑같이 주말 경기가 있다는 걸 알고 아카데미로 향했다. 상대는 Graz로 물론 나에게 생소한 팀이었다. 첫인상은 공격수 3명 중 2명의 키가 현저하게 작았다는 거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 다른 팀들과는 다르게 마음속으로 Graz를 응원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지켜본 경기 중 가장 레드불을 위협적으로 대했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경기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고집해서 파고들었고, 그로 인해 한 골을 결과를 만들어 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어린 선수들이 하자, 하자 하면서 파이팅 넘치게 잔디밭을 누비며 다녔다. 결과적론 레드불에게 졌지만, 나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그 후로부터 Graz 팀이 내 머릿속에 박혔다. 클럽을 찾아다니기 바로 전 주 다시 Graz가 잘츠부르크를 방문했다. 저번 시즌에 15세 팀에서 활기차게 뛰어다녔던 선수들이 16세 팀에서 뛰기 때문에 이번에는 15세가 아닌 16세 경기를 지켜보았다. 역시나 변함없이 같은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저번보다는 색깔이 연해진 느낌이 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16세 팀은 레드불에게 졌고, 15세는 레드불을 이겼다. 



Graz는 오스트리아 두 번째로 큰 도시로 남부에 위치해 슬로베니아와 가까운 거리를 두고 있다. Graz로 가는 길 위에 St. Pölten과 Vienna를 들려 몇몇 클럽을 더 방문할 한 주의 계획을 세웠다. St.Pölten에서는 아카데미의 훈련은 보지 못 했지만, 오스트리아 여자 대표팀 훈련을 보았다. Vienna에서는 SK Rapid Wien과 FK Austria Wien 아카데미 훈련장을 방문해 훈련을 관람하고 Graz로 넘어왔다. 계획대로라면 2번의 훈련과 주말 경기를 보고 돌아 올 작정이었지만, 훈련은  한 번만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날은 늦게 와서 인지, 프로그램이 다르게 구성되어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희한하게도 실내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주말 경기는 아주 환상이었다. 상대를 5:0으로 깔끔하게 이겼는데, 그중 3골은 그들이 즐겨하고 잘하는 패턴으로 골을 만들었다. 


연령대가 바뀌면서 선수들은 계속해서 바뀌겠지만, 선수를 가르치는 감독의 스타일은 바뀌지 않았기에 팀의 스타일은 바뀌지 않았다는 게 나의 눈에 가장 크게 들어왔다. 훈련을 볼 때도 그렇고, 경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훈련을 평가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지만, 여러 다양한 훈련들을 지켜보면서 몸으로 느끼는 게 있다. 선수들이 정말로 즐기며 하는지, 열정적으로 훈련에 경기에 임하는지이다. 

먼저 Vienna에서 방문했던 두 클럽을 그렇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적어도 한 곳은 체력 코치와 함께 몸을 풀 때만큼은 선수들이 웃으면서 했고, 스플린트 할 때 같이 뛰는 동료에게 지지 않기 노력했다. 체력 훈련이 끝나고 공과 함께하는 훈련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일단 뛰어다니고 드리블을 하고, 패스를 했다. 그냥 축구, 심하게 말하면 공 놀이를 했다.

Graz 훈련에서 전술 훈련을 보았다. 모든 전술 훈련은 별로 재미없다. 아무리 감독이 흥미롭게 만들어 보려고 해도 재미없는 게 전술 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에게서 에너지가 느껴지고 훈련장의 분위가 가 남달랐다. 그랬기에 그 주에 있었던 경기에서도 그러한 결과를 낳았다고라고 생각한다. 레드불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보며 배움에 즐거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Graz 15세 팀 훈련을 보면서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레드불이 얼마나 돈을 아카데미에 많이 투자했는지, 이번 여행을 다녀온 후로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그중 FK Austria Wien은 나이키가 훌륭하게 아카데미 건물을 짓는 것을 도와주어서 그런지 조금은 그럴싸했다. SK Rapid Wien은 몇몇의 잔디 구장이 붙어 있는 변변치 않는 곳에서 훈련을 했고, St.Pölten은 나라에서 만들어 준 스포츠센터에 딸린 훈련장에서 훈련을 했다. Graz는 가 본 곳 중 가장 열약 했다. 학교 운동장처럼 보이는 천연 잔디에서 훈련을 했다. 물이 잘 배수가 되지 않아 곳곳에서 선수들은 미끄러졌다. 하지만 분위기는 단언 가장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아카데미를 방문하고 훈련을 보고 있으면 헤드 코치의 역량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헤드 코치가 되면 진짜 재밌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스트리아로 넘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어시스턴트 코치가 나의 꿈이었고, 지금도 그 자리를 갖는다는 것도 많이 벅찬데 이번 여행을 다녀온 후로 헤드 코치에 대한 욕심도 나게 된다. 나만의 색깔이 있는 팀을 만들면 정말 재밌게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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