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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Dec 01. 2019

11월 11일

대화에 대해서

취미가 어떻게 돼요? 쉬는 날 주로 뭐하세요? 여행 좋아하세요? 남자는 처음 만나는 여자를 알기 위해,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얼어붙을 것 만 같은 고요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재밌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한다. 


10년 전, 학창 시절만 해도 다음 카페 ‘축구 동호회’, ‘자전거 동호회’ 등등의 이름으로 해서 많은 카페들이 있었고, 그 안에서 취미나 관심사가 같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고, 대화를 나눴다. 내가 어렸을 때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지는 않지만, 이제는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났다. 카카오 톡 ‘오픈 채팅’, ‘Meet up’ 등등.. 플랫폼이 아주 심플해졌고, 회원 가입, 자기소개 등등 구차한 질문들은 사라지고, 쉽게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많은 플랫폼들이 주위에 많지만 나는 그러한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다. 새로운 문명에 적응 하지 못 해서 인지, 따라가기 벅 차서인지, 내가 지내고 있는 이곳이 빨리 변화하고 있는 한국 보단 느려서 그러한 서비스들이 없어서 인지 아니면 온라인 상으로 만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일 수도 있겠다. 사람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는 게 더 좋아서, 그 분위기를 좋아해서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것을 선호한다. 문제는 학창 시절 때처럼 학교만 가면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관심사를 물어보며 공통분모를 찾으려 하는 것 또 한 아주 삼차원, 사차원 적인 생각이다. 



그라츠에서 잘츠부르크로 돌아오는 길 BlaBlaCar를 이용한 건 잘 한 선택이었다. 다른 교통편 보다 저렴하고, 대부분의 경우에 좋은 차를 얻어 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큰 이유는, 방향성을 조금씩 잃어가는 지금 누군가를 만나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다. 작년 초, 이번처럼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쫓아다녔지만 그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해 방향성을 잃었고 포기하는 심정으로 ‘취업 성공 패키지’를 신청했다. 첫 상담 시간 때 상담사는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방향성을 잃지 않게 도와주었다. 나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되었고, 작년 일 년을 보람찬 일 년을 만들었다고 느끼게 해 주었다. 이런 상담사와 같은 사람,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다행히 BlaBlaCar 호스트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 사람의 관심거리가 아니면 쉽게 대화를 이어나가기 힘든 주제이지만, 그녀 또한 비슷한 처지에 놓여 똑같은 고민은 한 적이 있었고, 힘들었던 적이 있었기에 누구보다 나의 상황을 잘 이해해 주었다. 정답을 찾진 못 했지만, 힘이 고갈되어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던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그러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나에게 한 말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종종 들었던 말이다. ‘꿈이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 줄 알고 있어?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한 명을 잡고 물어봐! 누구 하나 진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경험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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