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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May 19. 2019

네 번째 발걸음,

Redbull


잘츠부르크에 도착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매일 같이 하는 출근하는 일 빼고 가장 많이 한 것은 Redbull 아카데미를 방문하는 일이다. 잘츠부르크 구시가지나 관광 명소보다는 Redbull 아카데미 가는 길을 더 잘 알고 있다. 가끔 손님들이 여기 근처에 관광지가 있는데 어떻게 가는지 물어보곤 하면 나는 설명할 수 없다. 


잘츠부르크에 도착한 둘째 날 처음 레드불 아카데미를 방문했다. 그곳에 가면 혹시나 내가 할 일이 있을까란 호기심과 내가 해야 되는 일을 향한 무의식적인 발걸음이었다.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 후 에도 한참을 걸어가야 Redbull 아카데미가 있었다. 쉽게 말해 잘츠부르크 외각에, 독일과 맞닿아 있는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아카데미 건물은 상상을 초월하게 크다. 야외에는 4개의 천연 잔디 구장과 2개의 인조 잔디구장 있다. 아카데미 건물은  처음 보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의 크기와 중압감을 줬다. 때마침 선수들이 훈련을 하기 위해 아카데미로 들어가고 있었고, 나도 그 틈에 껴서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에는 식당과 실내 풋살장과 헬스장이 언제라도 선수들이 운동을 할 수 있게끔 위치해 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안내 데스크에 가서 느닷없이 디렉터를 찾았다. 다음날 아카데미에서 3경기가 있을 예정이고, 디렉터도 그때 온다고 경기 관람은 무료라는 정보도 곁들여 주었다. 다음날 다시 아카데미를 찾아갔다. 독일어 잘 구사 하진 못 하지만 디렉터를 만나려고 찾아갔다. 몇몇 경기들은 벌써 시작을 했고, 아카데미 실외 경기장 주변에는 각 연령별 감독과 코치들, 선수들 그리고 선수들의 부모님과 원정길을 따라오신 부모님들로 북적였다. 어제의 자신감은 다수의 사람의 속에 어제의 자신감은 풀이 죽어 한쪽에 자리를 잡고 경기 관람에 집중을 한다. 레드불 패딩을 입고 있는 사람이 한 둘이 아녔으며, 디렉터로 보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어서 선 듯 다가가 말을 걸지 못했다고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본다. 다음에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거라며 핑계에 핑계를 덧붙여 본다.


식당일에 적응하고 정착에 필요한 서류들을 하나둘씩 해나가면서 일주일이 빠르게 흘러갔다.  Redbull 아카데미에 다녀올 생각을 1도 하지 못 한채 시간이 흘러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시 시작하는 한 주의 월요일이 되었고, 조금은 숨 돌릴 때가 된 것 같아 다음 주부터 다시 아카데미를 방문하기로 마음을 다 잡았다. 브레이크 타임에 딱히 할 게 없었다. 자전거의 페달을 밟다 보니 아카데미 앞에 도착했다. 이번에 안내 데스크에 가서 정중하게 훈련을 보고 싶은데 봐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았더니, 훈련 관람하는 건 어느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한술 더 뜨며 훈련 스케줄과 어느 곳에서 훈련하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스케줄 표를 뽑아 주셨고, 실내 경기장을 소개해 주셨다. 이때가 기회다 싶어 내 소개를 간단히 하고 아카데미에서 코치로 인턴을 해보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레드불에서 취직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지만 이력서를 가지고 있냐고 물어보았다. 물음과 동시에 항상 소지하고 있는 이력서,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건넸다. 

내 이력서를 그 누구에게 넘겨지지도 않고 바로 휴지통에 들어갔을 수도 있지만, 내 이력서가 아카데미에 어느 한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는데 큰 의미를 두려고 한다. 이렇게 계속해서 아카데미와 컨택을 계속 가질 예정이다. 그게 인연에 시작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날 훈련을 소개해 준 팀은 U-15세 팀이었다. 그 후로 난 그 팀의 훈련과 경기만을 본다. 훈련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훈련을 가까이에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코치가 말하는 하나하나 자세히 듣기 힘들고, 가까이에서 본다고 한들 아직 알아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디테일한 부분을 배우지 못해 아쉬울 뿐이지만, 훈련을 눈으로 보고, 그 훈련에 대한 나의 생각을 머릿속으로 굴려본다. 이러면 더 좋지 않을까? 저렇게 바꿔보면 선수들이 더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아직 나비도 되지 못한 굼벵이가 나비가 되어 멋지게 날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일주일에 세 번 훈련을 하고 그 외에는 주 1,2 회 오전 피지컬 트레이닝을 하는 것 같다. 모든 훈련에 와서 지켜보고 배우면 좋으련만 상황이 모두 잘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타지에서 정착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된다. 시간이 허락하면 아카데미로 곧장 달려온다. 비가 와도, 훈련 시간에 늦었어도, 피곤해도 훈련장에 와서 비를 피하고, 몸을 녹이고, 바닥에 앉아서 잠깐의 쪽잠을 청한다. 그래도 훈련을 보고 있으면 항상 마음이 들뜨고, 죽어 있던 뇌가 회전하는 기분이다. 경기는 지루할 틈이 없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지 않는다. 건강을 위해서라기 보단 효능을 느끼지 못해 손이 안 간다. 남들이 레드불 에너지 드링크를 마셨을 때의 느낌을 레드불 아카데미에 오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몸에 생기가 돌고 날아갈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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