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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May 13. 2019

정의롭다.

오스트리아에서 사고가 터지다.

정의 - 1.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2. 바른 의의


          3. (철학)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


정의롭다 - 정의에 벗어남이 없이 올바르다.


                                                                                                                        (출처 다음 국어사전)




한 번도 정의로움에 대해 깊이 생각하거나, 어떤 일들이 정의로운 일인지에 대해 찾아본 적이 없다. 내 머릿속에 있는 정의는 바르게 사는 것, 어느 누구나 올바른 것 그것이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28년 살아오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살아왔다. 어떻게 보면 정의롭게 살아가고 있었기에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살아온 것이다. 대다수에 사람들이 나와 비슷하게 살아있다. 사회적 문제를 만들지 않고 굴러가는 사회에 발을 맞추며 살아간다.



3월 28일 목요일 평소와 같이 아침에 일어나 식당으로 출근하고, 점심 식사 손님들을 받기 위해 오픈 준비를 끝냈다. 점심 메뉴를 먹으러 오는 학생들과 그 외에 다른 손님에게 음식을 차려주고 커피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가게 정문에서 덩치가 있으신 할머니가 3개나 되는 계단을 위태하게 뛰어넘으시며 달려갔다. 식당 바닥에 얼굴이 깨질 것 같이 뛰어내리셨다.  ‘무슨 바쁜 일이 있으시길래 저렇게 위험하게 뛰어내리실까? 저러다 큰일 나면 어쩌려고 그러실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가는 순간, 바로 옆에 계시던 여자 사장님께서 나를 보며 “강도! 강도! 도와드려”라고 외치셨다. 강도를 붙잡으려고 달려가는 할머니를 손살 같이 지나쳐 밖으로 나왔다. 밖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과 몇몇 사람들은 강도를 붙잡기 위해 어느 한 곳으로 뛰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지나쳐 달려가다 보니 제일 앞에 뛰어가는 한 사람이 길가에 놓여 있던 자전거를 내치며 뒤쫓아 오는 사람들의 길을 방해하고 위협했다. 쓰러져 있는 자전거를 피해 맨 앞사람에게 다가갔고, 그는 더 이상 달아나지 않았다. ‘위협적이다’ 첫 강도와 대면 때 들었던 생각이다. 그 후로 몇 초간 정확한 기억을 잃었다. 단지 서로 주먹이 오간 것이 확실하다. 몇 초 후 다시 생각이 돌아왔고, 강도가 어깨로 움켜쥐고 있는 남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은 핸드백을 발견했다. ‘아 저걸 빼앗아 달아났구나’  얼굴을 얻어맞은 탓인지, 처음보다 더 흥분했다. 정말로 싸울 태세를 갖추었다. 강도의 얼굴만 노려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강도 팔에 핸드백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상황은 종료되었다. 강도는 제 갈길을 갔고 나는 핸드백을 되찾으신 할머니를 모시고 다시 식당으로 들어왔다. 



내가 먼저 때렸는지, 맞았는지 정확한 기억이 없는 채로 그날을 보냈다. 강도 짖을 한 사람이지만은 내가 먼저 가격을 했다면 내게 불이익이 있을 거 같아 불안했다. 그때 내 몸속 아드레날린이 폭발하고 있는 상태였다. 정확하게 기억을 못 한 게 당연할 수 있다고 친구들은 말했다. 


다음날 저녁 경찰서에 상황 보고서를 쓰기 위해 방문했다. 경찰들은 전날 점심에 일어났던 일들이 담긴 CCTV를 확보하고 있었다. 기억 잃은 상황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보고서를 쓰는 담당 경찰관이 CCTV 영상을 나에게 보여줬다. 다행히 강도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영상 속에 나는 걷잡을 수 없는 미친 개였다. 주먹으로 5대를 가격하고 2번의 발차기를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먼저 가격했다는 사실이었다. 영상은 아주 충격적이었다. 저 영상 속에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었다. 


사건이 일어났던 당일날과 다음날 온라인 신문의 댓글에서 올바른 일을 했다는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경찰관은 영상만을 보면 심각한 폭행 사건이라고 말했다. 


과연 사회가 말하는 옳은 일이 법과 마주 했을 때 이길 수 있을까? 나는 정으로 운 사람인가? 정의로운 일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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