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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Mar 28. 2020

2월 28일

지금 일기를 막 쓰려는 순간, 오늘따라 날짜 옆에 써 놓던 숫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워킹 홀리데이가 얼마나 지났는지 알려주는 숫자지요. 어느덧 361일째가 되었더라고요. 


내일 잘츠부르크를 떠납니다. 잘츠부르크를 떠난다는 건 마치 1년이 끝난 후 마지막 달력의 한 장을 찢어 내는 것과 같습니다. 워킹 홀리데이라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지요.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기 전 날은 내가 계획했던 대로 될 거라는 용기와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워킹 홀리데이가 끝나는 날짜가 점점 다가오면서 자신감의 수치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시간은, 날짜는 물처럼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계획했던 것들을 이루려고 나름 미친놈처럼 뛰어다녔는데 얻은 건 없고, ‘아 내가 자전거를 탈 때 보다 열정이 많이 식어서, 문을 더 세게 두드리지 못 하구나’라고 스스로 한탄을 할 때면 마음이 아픕니다. 

자전거 여행을 떠날 때 ‘야! 그건 불가능해, 그런 걸 왜 해?’ 나를 믿지 않는 사람들, 내가 해내지 못할 거라고 장담했던 사람들이 이젠 나에게 ‘제는 그보다 더 큰일도 해 냈는데, 이런 것쯤은 문제없이 해낼 거야'라고 말했때, 또는 나도 그 말에 동조하게 되었을 때, 나 자신이 더 작아 보입니다. 워킹 홀리데이가 끝나갈 때까지 아무것도 이루어 내지 못한 것 같은 자신을 보았을 때 스트레스는 점점 커져갑니다. 

자전거 여행을 잘 해낸 건 어떻게 보면 특별한 능력이 있어 끝 마칠 수 있었던 건 아니고 그저 끝까지 달렸기에 하나를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꿈에 대한 것도 비슷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언덕 러닝, 주말마다 아프간 친구들과 함께 했던 풋살, 집 가까이 있었던 작은 냇물, 눈 덮인 설산, 비가 유난히 많이 내렸던 잘츠부르크 그리고 레드불 아카데미 훈련장.

잘츠부르크에 도착한 이튿날부터 찾아갔던 레드불 아카데미 훈련장. 누구나 그곳을 방문한다면 ‘아~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장엄함. 마지막까지 노크를 해 보았지만, 쉽게 열리지 않았던 그곳, 잘츠부르크를 떠나면서 가장 많이 기억날 그런 곳. 훈련장 가는 길, 강을 따라 쭉 달리다 보면 나왔던 작은 호수와 공원 모든 게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이곳을 언제 다시 방문할지 모르겠지만, 그땐 분명 감회가 새로울 겁니다. 


어느 한 곳을 떠난다는 건 힘든 일입니다. 그렇게 정이 많은 스타일이 아닌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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