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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Jun 08. 2020

5월 14일

친구의 전화

어제 최종 면접을 보고 나서 완전 망했다며 오늘만 술 마실 거라고 했다. 점심을 넘긴 시간, 갑자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목소리에서 벌써 많이 취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제부터 마신 술을 지금까지 마시진 않았을 테고, 무슨 일로 그렇게 많이 마셨는지 궁금했다. 왜 그렇게 많이 마셨냐고 내가 먼저 물어보기도 전에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어제 보았던 면접 결과가 바로 나왔다고 했다. 누구나 그렇듯 불길한 예감은 틀린 법이 없다. 


힘들다란 말은 못 하고 계속 "보고 싶다, 넌 실패하지 마라, 꼭 성공해라, 넌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경험을 가지고 있어, 자랑스럽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합니다.


많이 힘들겠지요. 스무 살 초반, 원대한 꿈을 가지고 타국으로 나간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란 꿈을 가지고 떠났다. 누구보다 힘들게 일본에 정착했고, 다시 대학교까지 들어갔다. 이제는 그 힘들었던 시절을 보상받아야 될 때라고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건 높은 현실의 벽에 대한 절망 뿐이었으니깐요. 


많이 취했고, 울먹였다. 나이를 먹는다고 울지 말란 법, 서럽지 말란 법, 억울하지 말란 법, 투정 부리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그저 남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은 것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앎니다. 힘들다는 거 그러니 적어도 나한테는 투정 부려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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