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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Jul 01. 2020

열두 번째 발걸음

이제 시작!

5월 18일 바이에른주 축구협회가 유소년 팀의 훈련을 재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유소년 리그 재 개최는 지금 시점에 결정하기 힘든 모양인가 보다. 훈련을 다시 할 수 있게 허락은 했지만, 팀에 모두 선수 같이 없고 한 훈련 당 최대 8명의 선수가 훈련할 수 있고, 훈련장 안에서 유소년 선수들끼리의 일정 거리의 간격을 유지해야 된다. 물론 훈련장 부수 시설은 사용할 수 없다. 개인 훈련을 코치와 함께 훈련장에서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에게는 작은 희소식이다. 적어도 클럽 훈련장이 다시 문을 열 것이기 때문이다. 훈련 재개 소식을 듣고 나서 제일 먼저 내가 살고 있는 곳의 클럽 훈련장을 찾아갔지만, 문은 아직까지 굳게 닫혀 있었고, 게시판에는 코로나로 인해 훈련이 금지되었다는 오래된 소식지만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소식을 얻어 보려 했지만, 인터넷에서 조차 팀의 새 소식을 얻을 수 없었다. 바로 옆 동네 클럽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다시 유소년들이 돌아와 훈련을 하고 있다는 사진이 올라오는데, 내가 사는 동네의 팀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직장과 거리가 가까운 Olympiadorf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았다. 클럽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에른 주 축구협회의 새로운 지침을 설명해 놓았고, 그 지침에 맞는 훈련 방법, 계획 그리고 언제 훈련이 있을 예정이라는 스케줄 표까지 업로드 해 놓았다.


뮌헨으로 처음 이사를 온 다음날, 쉐어 하우스 인터뷰를 보려고 가는 도중 축구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곳을 우연히 지나쳤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경기장에 들어가 경기를 관람했다. 홈 팀이 Olympiadorf.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경기장 내에서 15세 선수들의 열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인상을 남긴 Olympiadorf의 15세 팀. 마침 Olympiadorf의 홈페이지를 확인한 날이 15세 훈련이 있는 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옷만 대충 갈아 입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훈련장은 개방되어 있었고, 잠시 망설이다 훈련장으로 들어가 입구 앞에서 무엇을 찾는 듯이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팀 관계자 분께서 다가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으셨다. 코칭을 할 수 있는 팀을 구할 수 있겠다는 기쁨과 설렘. 이럴 땐 항상 떨려 허투른 독일어를 더 옹알이며 말한다. 팀 관계자분은 답답하셨는지 영어로 다시 물으셨고, 내 입에서는 마치 저장되어 있었다는 듯 내 소개와 팀을 찾고 있다는 말을 줄줄 읊었다. 구단 관계자분은 우리는 항상 코치가 필요하다며 스포츠 디렉터 번호를 적어 주시고는 자기가 말해 둘 테니, 그 번호로 문자 한 통을 보내라고 일러 주셨다.


Olympiadorf 스포츠 디렉터에게 문자를 보내고 난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답장이 오지 않았다. 일을 하지 않는 휴무날 다시 한번 클럽 훈련장을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지난번에 급한 마음에 대충 옷을 걸쳐 입고 방문했다. 처음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외관에서 주는 인상이 첫인상의 반 이상을 차지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옷을 단정하게 차려 입고, 스포츠 디렉터를 만나 어떤 확답을 얻겠다는 자신 김으로 다시 훈련장으로 향했다. 한 시간이란 기다림 끝에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눴고, 번호를 교환 했다. 2주 후 학교 방학이 끝나고 다시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문자 혹은 이메일로 연락은 준다고 했다. 


그런 날이 있다. 먼가 모른 자신감으로 벅차오를 때, 이런 날은 정말 먼가 된다. 돌아오는 길 문뜩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과연 어떤 자신감이 있었던 걸까? 스포츠 디렉터가 훈련장에 있을 거란 보장도, 나를 만나 줄 시간이 있을 거란 보장도 없었다. 어째서 난 집을 나서기 전까지도 내 발걸음에 오늘은 디렉터를 만나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란 힘이 실려 있을까? 


처음 스포츠 디렉터이자 14세 코치인 Alex와 컨택을 가지고 나서 6번의 훈련 약 한 달간의 시간이 지난 드디어 Olympiadorf 감독용 트레이닝 복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나는 Alex와 Felix가 이끄는 14세 팀의 세 번째 코치로 훈련을 지도하게 된다. 제일 처음 경기를 보았던 15세 팀은 아니지만 15세 팀 못지않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게 될 Alex와 Felix가 먼가 하려는 의지 있고, 코치들 간의 많은 대화가 오가는데 행복하다. 아직 독일어로 완벽한 섹션을 구성하거나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을 옆에서 채워주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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