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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Jun 26. 2020

6월 5일

답사 러닝

계획에 없었던 밤베르크 답사 러닝을 다녀온 탓일까? 아니면 하루 종일 뛰고, 걷고 또 뛴 탓일까? 스마트 워치는 2만 보에 가까운 걸음을 걸었고, 거리로 환산했을 때 22km를 돌아다녔다고 했다. 그 덕분에 아침에 온 다리가 뻐근하고, 침대에 하루 종일 딱 달라붙어 있고 싶었다.


언제 또 이런 꿀 같은 휴무가 있을지 모를 일이고, 치아 수술을 받기 전, 할 수 있는 한 많은 답사를 다녀오고 자료를 모은 후, 수술 후 집에서 쉴 동안 자료 편집을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기에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점심으로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종종 해주신 으깬 감자에 참치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를 싸서 들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퓌센은 밤베르크 보다 멀지 않다. 가깝다고 어제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알프스 산을 바로 앞에 두고 있는 시골인 만큼 뮌헨에서 바로 가는 기차가 드물다.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맘 조리는 내 마음은 기차는 몰라 주고 작은 역들 한 정거장, 한 정거장 쉬어간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련다. 멀리 높게 솟아 오른 알프스 산과 그 앞으로 푸르르게 펼쳐져 있는 들판. 완행열차는 유럽 시골 풍경을 창문 너머로 필름 영화를 틀어 주었다. 아무 소리 없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퓌센에서 버스를 타고 슈반가우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보았던 높은 산들을 바로 앞에서 마주 하자 달리고 싶다는 의욕이 한 풀 꺾였다. 역시 나는 슈퍼맨은 아닌가 보다. 원래 뛰려고 했던 거리가 짧아 계획했던 것보다 길게 뛰어보기로 했다. 한 번도 뛰어보지 않은 곳을 뛴다는 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무척 설레고 기대된다. 


 아주 끝장난다. 막상 뛰고 보니 엄청난 루트다. 고도가 천천히 높아져서 높은 고도에 비해 업힐이 어렵지 않고,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한몫한다. 정말 시원하게 달렸다. 잘 간직해야 될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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