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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Sep 17. 2020

9월 1일

나는 악몽을 종종 꾼다.

생애 첫 악몽(무서운 꿈)을 꾸었던 건 8살인가 9살 때이다. 꿈에서 정말 무서운 인형이 나왔고, 그 인형은 방 문 뒤에 가만히 놓여 있었다. 내가 방을 지나다닐 때마다 눈동자는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나의 첫 번째 무서운 꿈.


인형의 꿈을 꾼 후, 다시는 그 무서운 인형이 꿈에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나의 악몽은 계속되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다닐 때까지 난 종종 가위에 눌리곤 했다. 첫 가위 기억은 인형만큼 생생하다. 난 잠에서 깨었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방에서 엄마의 칼질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내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팔이 움직이지 않았고, 발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었다. 주방에 엄마가 있다는 걸 소리로 들을 수 있었기에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치지 못했다. 누군가 내 성대를 꽉 졸라 메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몇 분을 그렇게 움직일 수 없는 내 몸과 싸우다가 결국 포기하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 후 난 종종 가위에 눌리곤 했는데, 너무 잦은 일이다 보니 익숙해졌다. 어느 순간 정신은 꿈에서 깼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앗! 가위다. 발버둥 치지 않는다. 그냥 내 몸을 포기하고 다시 눈을 감는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가위는 사라지고, 아침이면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 


가위에 익숙해질 무렵 새로운 악몽이 등장한다. 아마 대학생 시절이었을 것이다. 꿈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꿈에 시작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꿈으로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이유도 모른 채 나는 무조건 달려야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달리기를 잘했던 나는 처음에는 엄청 빠르게 달린다. 그러다 갑자기 속도가 느려진다. 마치 동영상을 슬로우 모션으로 촬영한 듯 달린다. 난 온 힘을 다해 빨리 달리려고 노력하지만, 내 발이 땅에 닿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빨리 달리려고 할수록 속도는 더욱더 느려지고 결국 나는 꿈에서 죽거나, 변을 당한 채 이야기는 끝난다. 이 꿈 또한 익숙해져 가면 처음부터 달리는 걸 포기한다. 어차피 죽을게 뻔하니까


최근에는 달리기에서 자동차로 장르가 바뀌었다. 꿈에서 난 아무렇지 않게 자동차에 올라 운전을 한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속도를 점점 낸다. 속도를 줄이려고 브레이크를 밟아 보지만, 속도는 줄어들지 않고 더욱더 빨라진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꿔도 나는 멈출 수가 없고, 코너가 나와도 그 속도를 줄이지 못 한채 코너를 돌아야 된다. 그러다 결국엔 사고가 난다. 코너를 돌지 못해 가드라인을 뚫고 낭떠러지로 떨어진다거나, 신호등에 멈춰 있는 자동차를 피하려다 나 혼자 전복된다. 신기한 건 나 혼자 변을 당한다는 것이다. 처음 이 장르에 악몽을 꾸고 난 후, 너무 무서워 자동차 운전을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또 몇 번 꾸다 보니 그러려니 한다.


난 오늘 자동차 악몽을 꾸었다.




P.S 다른 사람들도 저와 같은 꿈을 자주 꾸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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