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먹구름이 하늘 가득하다. 어릴 적 봤던 ‘오멘’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스토리가 특별히 무서웠다기보다 영화 전반에 느껴지는 그 음침함이 나를 깊은 우울감으로 데려가는 기분이다. 그리고 그 우울감에 깊이 빠져서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은 상상력이 온몸을 공포심으로 물들여버린다. 공포심이라는 것이 그렇다. 어둑어둑 영원히 밝아지지 않을 어느 지독하게도 외롭고 고독한 공간에 아무 기약 없이 어쩌면 영영 홀로 버려질 것만 같은 그런 느낌.
혼자서 우주 탐사를 떠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누군가 남자에게 수십 조를 쥐여주며 홀로 우주여행을 떠났다가 20년쯤 후에 돌아오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돈에 눈이 먼 남자는 통장에 그 천문학적인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20년을 바치며 우주로 날아간다. 처음은 황홀하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눈부시게 아름답기만 하다. 얼마나 지났을까. 1년 아니면 2년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우주선은 고장이 나며 지정된 궤도를 이탈했다. 남자가 우주 미아가 되는 순간이었다. 영원히 지구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우주선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점점 더 지구와 멀어지고 있었다. 여기서 더 불행스러운 것은 남자의 수명이 연장되고 있었다. 우주에서의 시간은 지구보다 훨씬 느리게 가서 남자는 앞으로 200년은 더 살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남자는 약 200년을 홀로 지내야 한다. 음식은 충분했다. 친절한 우주 기지국 직원들이 만약을 대비해 남자가 300년은 먹어도 될 만큼의 썩지 않는 식량을 적재해 두었다.
창문으로 우주선 밖을 내다봤다. 어둠이 아닌 공포가 가득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어둠이지만 그 어둠이 살아움직이며 남자의 온몸을 소름 돋게 한다. 알 수 없는 소리마저 들려온다. 그것은 마치 태풍이 불어오던 날 좁은 창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요란한 바람 소리와 닮아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음산하다. 블랙홀이 존재한다면 이런 소리일까.
남자는 더 이상 우주의 장엄함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이것은 남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하다. 너무나도 장엄하다. 남자는 우주선 비상물품함을 열고 38구경 리볼버 권총 한 자루를 꺼내든다. 총알은 한 발이면 되지만 5발 모두 꺼내 장전한다. 총알들 만큼은 꽉 채워져 서로 붙어 있었으면 한다. 남자는 지체 없이 총구를 관자놀이에 갖다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 우주 한복판에 지독한 정적을 깨며 인위적인 소리가 울려 퍼진다.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