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에서
마카오에 도착한 지 이튿날 저녁, 저녁은 무얼 먹을지 고민하면서 어슬렁 거렸다. 그러다 발견한 예쁜 손바느질 소품가게. 마카오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분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주인아주머니는 먼저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오셨다. 어디서 온 건지, 마카오가 마음에 드는지.
몇 마디 나눈 것 같지 않았는데, 시계를 보니 둘이서 1시간을 넘게 이야기 꽃을 피운 것이 아닌가.
가게 문을 닫을 시간까지 수다를 떨다가 마카오에 있는 동안 시간이 되면 또 놀러 오라는 그녀의 말을 마음에 담고 발길을 돌렸다.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마지막날에야 다시 가게를 들르게 됐다. 돌아간다는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나를 보고 아주머니께서 먼저 손을 흔들어주셨다. "정말 왔네요" 라오스로 진작에 돌아간 줄 알았다면서, 사진 한 장 못 남긴 게 아쉬워서 속상했다는 그녀.
그날 내가 참 인상이 깊더란다. 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친구들에게 내 얘기를 했더니, 사진을 찍어놓지 왜 그냥 보냈냐며 구박을 받았다고 하셨다.
"우리 사진 찍어요, 괜찮죠?" 그녀의 제안에 나는 "당연하죠!" 했다.
가게에 온 손님에게 부탁해서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된 거 아예 가게문을 걸어놓고 우리는 의자에 앉았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아주머니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는 말은 사전을 찾아가며 얘기했다.
이제 만난 게 아쉽다며 서로 눈물을 글썽글썽거렸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밤이 어둑해졌다. 아주머니가 갑자기 손을 탁 치며 잠깐 있어보라고 하셨다.
내가 다시 들를까 싶어 기다리며 바느질을 하셨단다.
"손지갑이에요."
"저는 드릴 게 없는데...' 하며 손사래 쳤지만 당연히 마카오에 왔으니 당신이 선물을 주는 게 마땅하단다.
"우리 언제 볼지도 모르고, 자주 연락하지 못하겠지만, 서로가 기억하면 영원히 친구인 거예요... 맞죠?" 아주머니는 나를 친구라고 했다. 젊다며 인생을 즐기라고 했다.
예전에는 "꼭 만나요" 이렇게 작별 인사를 했던 것 같은데, 서로가 기억하면 영원히 친구라는 말을 듣고는 "우리 서로 기억하자"는 인사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뒤돌아서면 덜 아쉽고 덜 슬프다. 영원히 친구가 되니까 말이다.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