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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May 09. 2023

파두, fado

아말리아 호드리게스(Amália Rodrigues)

맑은 하늘을 보면 마카오의 작은 서점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 듣게 된 파두(Fado)와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호드리게스를 떠올린다. 보통 파두는 포르투갈 여행자들이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마카오에서 처음 파두를 만났다.


10년 전, 라오스의 보트레이싱 축제 기간 동안 나는 홀로 마카오 여행 중이었다. 워낙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걸 좋아해 마카오 여행을 계획하면서도 홍콩을 넘어갈 생각도 안 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역시 참 잘한 일이다.


세나도 광장 어디쯤에서 헤매다가 우연히 포르투갈 전문 서점에 들어가게 됐다.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포르투갈 음식점이 많다고 들었는데 포르투갈 책만 파는 곳은 있는지 몰랐다. 서점 안에 구경하는 사람도 없어 나는 아예 주저앉아 두꺼운 아트북을 오랜 시간 동안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주인아저씨가 파두에 대해 아냐고 물어오셨다. 파두? 처음 들어본다고 하자 싱긋 웃으시며 한번 들어보지 않겠냐고 틀어주신다.


그러면서 아말리아 호드리게스라는 여가수가 있는데 가수 중의 가수요, 천상의 목소리라고 하신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말리아 호드리게스가 죽었을 때 국장을 치르고 지금까지도 포르투갈 사람들은 그녀의 음악이 살아서 움직인다고 믿는다고 한다. 이 정도니 가수 중의 가수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엄지손가락을 드신건 당연한 일이겠지.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와 파두. 마카오의 모든 거리와 음식이 생경했는데 그보다 더 생경한 가수와 음악.


아말리아의 목소리가 서점 안에 울려 퍼지고 애절하고 애절한 파두가 내 마음으로 흘러들어왔다.

아저씨가 틀어주신 시디의 18개의 모든 곡을 듣고 서점을 나서자 맑은 마카오의 하늘에 노을이 지고 있었고 나는 벅찬 가슴을 부여잡고 모기가 가득하고 종이장 같은 벽으로 둘러싸여 옆방 소리가 다 들리고도 남는 100년 넘은 산바 호텔로 향했다.


아마 그날 이후로 마카오에는 며칠간 비가 왔고, 다시 라오스로 돌아갈때즘 날이 좋아졌던 걸로 기억하는데 마카오 여행 내내 나는 그 서점에서 죽치고 앉아 주인아저씨와 파두를 듣고 나만을 위한 아저씨의 해설을 들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데로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파두는 심장을 후벼 팠다. 하지만 파두를 만난 첫날 그 맑은 하늘을 본 이후로는 항상 날씨가 좋은 날엔 파두가 떠오른다.


우리나라에도 파두와 같은 음악이 있느냐고, 아멜리아 같은 한국 가수는 누구냐고 아저씨가 여쭈어보셨는데 처음에는 트로트일까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트로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고 가수는 더더욱 몰랐다. 파두는 포르투갈 사람들의 영혼과도 같은 노래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영혼과 같은 노래는 무엇일지 선 듯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노래와 가수들 중에 과연 누구를 말해주어야 할지  유재하, 김현식,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때 퍼뜩 생각난 주현미. 마지막 주현미가 떠올랐을 때 나는 가장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주, 현, 미라고 말해드리면서 어쩔 수 없이 한 소절 노래까지 불러드렸다. 지금 생각하니 노래를 틀어드렸어도 되는데 말이다.


아저씨는 눈을 감고 들으시며 한국에도 파두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으니 내 노래가 성공했던 건가. 아니면 아저씨의 배려였을까.


아멜리아 호드리게스와 주현미 그 두 여인들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나는 마카오 여행을 마쳤다.


그때 마카오에서 들었던 아말리아의 앨범. 마지막 날 사 왔다.  사진 속 아멜리아 너무 멋지지 않나요.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 https://www.youtube.com/watch?v=fMisDlUc_kI (출처:portuscale pt)

주현미 : https://www.youtube.com/watch?v=jBQQ9lfJP1E (출처 : EBS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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