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버스 타기(2)
라오스 경찰 아저씨 오토바이를 타다.
항상 오전에 미술학원을 가다가 그날은 오후에 보충을 가던 날이었다. 2시 이후에는 버스가 드문드문 다닌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그렇다고 안 다닌다는 소리는 아니니까. 그날도 열심을 내어 학원에 갔다가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는 점점 뜨거워져서 숨도 못 쉬게 후덥지근한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뙤약볕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나를 보다 못한 건너편 경찰아저씨들이 번갈아 와서 계속 기다릴 거냐고 물어보는데 별 수가 있나. 기다릴 거라고 하니 오늘 마지막 버스가 조금 일찍 떠난 것 같다고 하셨다.
이미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렸는데 오기를 부려 10분만 더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먹고 기다린 게 또 30분이 훌쩍 지났다. 아무래도 그날은 허탕인 것 같아 길을 건너 경찰초소에 갔다.
핸드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하더니 훅 꺼져버려 몇 시인지 가늠이 안되었지만 해가 저쪽으로 사라져 가는 걸 보니 늦은 오후인 듯했다.
"짝 몽?(몇 시예요)" 몇 시인지 묻자 "씨 몽 컹(4시 반)"이라고 한다. 한 시간 반 넘게 기다린 보람이 없다.
전화라도 빌려달라고 말하려는 순간 머리에 무스를 잔뜩 바른 경찰 한 명이 헬멧을 건넸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오토바이 뒤에 앉으라고 홍콩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말했다.
이 아저씨를 뭘 믿고 오토바이를 타겠냐 싶지만 나는 일초도 고민하지 않고 컵짜이(고맙습니다)를 외쳤다. 라오스의 낮은 뜨겁고도 뜨겁다. 근처에 식당도 닫을 준비를 하는 4시 반이다.
남편이 여기까지 오는 걸 기다리느니 아저씨만 꽉 잡고 가면 될 듯했다. 테 버?(진짜로?) 정말로 타도 되냐고, 태워줄 수 있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헬멧을 받아 쓰고 Go!!! 를 외치자 경찰 아저씨는 뒤를 돌아 씩 웃으시더니 나를 따라 Go!! 하셨다.
라오스의 노을은 말도 못 하게 예쁘다. 그런데 쌩하고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노을을 보니 그렇게 고울 수가 없었다. 신호에 걸려서 잠깐 오토바이를 세울 때면 퇴근하는 라오스 인들이 무슨 일인지 궁금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는 쳐다봤다.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서 낄낄대며 다시 Go.
늦은 오후 넘어가는 해를 보며 라오스 시내를 지나 우리 집 앞에 먼지를 일으키며 주차해 주시는 경찰 아저씨와 나를 보고 아파트 청소 아주머니도 신기해하셨다.
너무 감사하다고 거듭 말씀드리자 아저씨는 버뺀양(괜찮습니다)이라고 말씀하시며 멋있게 손을 흔들고 다시 초소로 가셨고 나는 큰소리로 컵짜이 라이라이(정말 고맙습니다)를 외쳤다.
라오스에서 버스를 기다리면 당신에게도 어떤 멋진 일이 생길지. 기대하시길!!!
P.s 결국 남편과 나는 수동차를 팔고 오토차를 구입했고 안전하게 비엔티엔 시내를 누비고 다닐 수 있었다.
사진출처: J&C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