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사는 외국인들과 교류하게 되면 각종 파티에 초대받을 일이 참 많다. 보통 파티는 호스트가 직접 초대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나가다가 친구의 친구가 나를 알아보고 오늘 밤 파티하는데 올래? 하는 식으로 가게 되는 경우도 많다.
아프리칸 댄스파티도 그렇게 초대받았다.
그날따라 마침 친구의 친구가 커피숍에서 내 뒤에 줄 서 있었고, 하필 그날 밤에 비엔티엔에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파티가 열리는 날이었다. 아프리칸들만 모이는 파티라면 내가 죽었다 깨도 한국에서는 갈 수 없는 파티 아닌가. 당연히 "예스!"
그리고는 집에 오는 길에 그 아프리카 친구와 원래 알고 있던 내 친구가 전화가 와서 너도 초대받았니, 나도 같이 가자. 뭐, 이렇게 해서 가게 된 파티다.
아프리칸 파티이니만큼 왠지 가장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가야 될 것 같아 가장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파티장소로 출발.
골목 입구에서부터 드럼비트의 아프리카 민속음악이 나오고 터번을 쓴 아프리카 전통옷을 입은 사람들이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니 미국 여행에서도 보지 못한 각종 레게머리를 한 젊은이들부터 네로 황제가 입을 법한 넓은 천을 두른 현자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음악에 몸을 흔들고 있었다.
비엔티엔에 있는 모든 아프리칸이 다 모인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다.
이미 다들 춤을 추고 있어서 벌써 분위기가 무르익었나 싶었는데 무슨 말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갑자기 다들 둥글게 모이는 것이 아닌가. 뭐지. 이 모양새는.
아프리카 모든 나라들의 전통인지는 모르겠지만 홍해가 갈라지듯 사람들이 쫙 둘로 나뉘니 날 초대한 호스트가 2층 계단에서 큰 터번을 두르고 황금색 옷을 입고 내려왔다. 호스트가 가운데 서자 다시 사람들이 둥근 원으로 모였다. 호스트를 맞이하는 의식인가.
흠... 아니었다.
바로 그것은! 호스트가 초대한 사람들과 1:1로 춤을 추는 시간이었는데 추측하기로는 그게 초대한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방식인 듯했다. 아프리칸 친구들은 이 분위기에 익숙한 듯했다.
영화나 동영상에서 보던 그들의 그루브를 눈으로 직접 보다니 좋아서 미칠 지경이었고, 내 차례가 다가올수록 저들의 리듬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드디어 내 차례. 호스트가 나의 손을 잡고 가운데로 나왔다. 너만의 리듬을 보여달라며 모두에게 박수를 요청했다. 이들의 기대를 실망시킬 순 없지. 에라 모르겠다. 잠자던 세포까지 다 깨워서 춤을 춰보자. 정신을 차리고 나니 머리는 산발이 되었지만 나의 목각 그루브를 보고는 다들 더욱더 환호했다.
호스트는 나를 바라보며 이제 너만의 소울을 깨달았으니 너도 이젠 아프리카 인이라며 나를 아프리칸으로 인정해 주었다.
그날 그렇게 밤이 깊도록 터번을 두른 아프리칸들에게 둘러싸여 춤을 추었다. 왜냐하면 나도 그날만큼은 아프리칸이었으니까.
그리고 다음날 욱신거리는 발을 주무르며 생각해 보았다. 조상 누군가가 진짜로 나에게 아프리칸의 DNA를 물려주었을지 모를 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