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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Oct 22. 2023

오토바이 태워줘

그녀의 이름은 꽁

웬만한 부탁은 다 들어주려는 꽁도 단 한 가지. 절대 안 된다고 했던 게 있었으니 바로 아이를 안고 오토바이를 타는 거였다.


라오스 길거리에는 오토바이 하나에 갓난쟁이까지 온 가족이 타고 부릉부릉 달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옆에 선 오토바이에 무려 6명이나 탄 가족도 봤다. 포대기에 아이를 매고 앞에 쪼그라앉고 어찌어찌 6명이 오밀조밀 모인 모습을 보다가 출발할 타이밍을 놓친 적도 있다.


아니. 현지인들은 이렇게 다 타는데 나는 왜 안되냐고 조르길 몇 개월. 꽁은 아이는 절대 안 되니 나만 타는 조건이라며 우리는 손가락을 걸었다.


으흐흐. 사실 그때 뱃속에 둘째가 있었으니 결국 아이와 함께 오토바이를 탄 거와 다름없지.


그래서 그런가 둘째는 라이더 가죽재킷을 좋아한다. 하하 이렇게 태교가 중요하다.


어쨌든 남편 시간 되던 어느 주말. 나는 꽁의 오래된 오토바이를 타고 비엔티엔 시내를 지나 도시외곽으로 가 한적한 메콩강에서 둘이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언제나 맥주를 부르는 라오스의 노을은 기가 막혔고 사람 없는 정말 맛없던 쌀국숫집에서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라오스 욕을 배워  이렇게 솜씨 없는 식당은 처음이라는 욕을 조그맣게 내뱉으며 나와 배를 잡고 웃었다.

 

오토바이를 타면 오빠 달려!라고 말하는 거라고 하자 꽁은 금세 따라 했고 우리는 우리가 왜 웃는지도 모른 채 신나게 길을 달렸다. 꽁은 그런 사람이다. 마냥 편하게 계속 같이 있고 싶은 사람.


둘째가 생겼을 즈음 우리는 슬슬 라오스 생활을 접고 한국에 갈 준비를 해야 했다.


같이 한국에 가자고 농담반 진담반 조르는 나에게 꽁은 한국에 갈 수 있다면 정말 가겠다고 했다.


그녀와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는 건 아팠지만 그만큼 행복함도 몇 배가  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사진출처: oxhe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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