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1일. 큰 아이가 안와골절로 수술한 이후 손흥민 선수도 11월 3일 같은 부상을 당했다.
교차될 일 없는 각자의 평행선을 잘 달리고 있던 우리 집 10살 남아와 손흥민 선수. 어느 날 이 둘은 안와골절이라는 한 지점에서 느닷없이 만나게 된다.
10월 21 오후 3시경. 친구와 카페에 있는데 폰이 울렸다. 학교에서 온 전화.
"아이가 공놀이를 하다가 다쳤으니 와서 데려가세요" 그리고 전송된 아이의 얼굴.
눈 주위가 살짝 멍이 들어있는 모습에 하루 집에서 쉬면 되겠다고 친구에게 말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자유시간이 좀 일찍 끝났다는 가벼운 투덜거림도 함께.
그런데 심각했다. 양호실에 누워있는 아이는 창백했고 의식은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호흡이 가빴다. 얼굴과 머리를 부딪혔다니 뇌진탕일까. 내가 부축하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119를 부르자.
119 대원들이 들것에 앉혀 이동하는 사이에 아이는 구토를 했고, 그 모습에 놀라 울음을 터트리려는 둘째를 데리고 앰뷸런스를 탔다.
뇌진탕이면 도대체 머리를 얼마나 다친 걸까.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증상이 뇌진탕을 의심되게 했던 터라 눈이 다친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응급실 당직의는 안과로 가보란다.
안과를 가니 눈 밑 뼈가 골절이 됐는데 그 사이에 근육이 끼었다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증상을 말했다. "눈밑의 뼈는 종이장처럼 얇은데 뼈가 부러지면서 눈 근육이 미세하게 그 사이에 들어간 겁니다."
그런데 심장이 반응하고 구토를 한다? 아들이 다쳐 설명을 듣는 순간에도 정말 우리 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하는 아주 짧은 감탄과 탄식이 동시에 나왔다.
안와골절. 아이의 안부를 묻는 지인들에게 이 생소한 네 글자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쯤 손흥민 선수의 부상 소식이 들려왔다. 비슷하지만 다른 부위 다른 증상. 손 선수의 부상 이후 우리 애가 안와골절이에요. 하면 다들 아, 손흥민 선수처럼? 하고 단번에 알아듣게 되었다.
다행히 손흥민 선수는 수술이 잘 끝난듯했다. 그리고 우리 애처럼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은 없어 보였다. 만약 그랬다면 월드컵 출전은 어려웠겠지.
큰 애는 수술 후 복시가 남았다. 복시. 근육이 부어 눈동자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해 초점이 맞지 않게 되는 증상. 평생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나는 희망을 선택했다. 기다려보자. 사실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사이에 손흥민 선수가 월드컵 출전이 가능하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손흥민이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월드컵에 나간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도 큰애의 복시는 차도가 없었다.
계속 집에 있는 것보다는 서서히 일상에 복귀하는 게 좋다는 말을 듣고 학교에서 수업받는 시간을 늘리고 있을 때쯤. 이미 손 선수와 자신이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한 아들은 본인도 타이거 마스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못 찾는 건지 어쩐 건지. 쿠팡에서 아무리 스크롤을 해도 호랑이가 그려진 탈 같은 마스크만 보인다. 나름 심각한 상황인데 호랑이가 잔뜩 있는 화면을 보니 실소가 나왔다. 그리고 월드컵은 시작됐다.
월드컵 생중계를 안 봤다. 아니 못 봤다. 안와골절 수술을 하면 최소 두 달은 운동하지 않고 쉬어야 한다는데, 그걸 다 감수하고 출전한다는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차마 볼 수 없었다.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인 우루과이 전, 그다음 가나전. 그리고 포르투갈 전까지 나는 월드컵을 보지 않았다. 경기의 모든 결과는 다음날 확인했고, 부상이 없는지 확인을 하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16강 진출이라니. 오늘 처음 모든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몰아봤다. 이제야 모두의 응원에 나의 응원을 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들려온 우리 집 10살의 회복 소식. 복시가 점차 사라지고 눈앞이 선명해지고 있다.
손흥민 선수는 절대 모르겠지. 11월 3일 이후 우리 가족과 한 지점에서 만나 같은 걱정으로 그를 응원했다는 것. 내가 앞으로의 경기도 생중계로 볼 자신이 없다는 것. 그리고 호랑이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정말 사야 할지 고민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까지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