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를 태국에서 낳고 현지병원에서 며칠 입원하면서 산후조리를 했다. 한국에서처럼 따로 산후조리를 위한 건물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병실에 있으면 산모를 위한 음식을 해주고 간호사 선생님들이 와서 아이를 돌보는 법, 모유수유를 하는 법을 알려준다.
산모를 위해 처음 나온 음식은 주먹 만한 생선머리가 들어간 생선국이었다. 딸이 아이를 낳는다고 친정엄마도 한국에서 오셨었는데 생선국을 보고는 산모인 나보다 더 어쩔 줄을 몰라하셨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생선국 냄새가 어찌나 구수하고 맛있게 느껴지던지. 안남미라 불리는 찰기 없는 쌀밥을 국에 말아 뚝딱 해치웠다. 아이를 갖고 7개월까지 입덧을 하면서 그나마 먹었던 음식은 한식도, 중식도, 양식도 아닌 라오스 음식이었다.
다들 나보고 전생에 라오스 사람이었던 거 아니냐며 놀렸었다. 라오스 사람들도 잘 못 먹는다는 시장 젓갈부터 머리통만 한 생선구이까지 모두 섭렵했던 터라 생선국이 나왔을 때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태국식 산모음식을 너무 잘 먹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시내 어디서라도 미역국을 구해다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미안해하던 친정엄마도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생선국을 시작으로 처음 맛보는 고깃국과 야채볶음, 새우 볶음밥등 각종 태국 음식들을 먹고 나면 간호사 선생님들은 나에게 엄지를 지켜 세우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 칭찬에 부응하려 한건 아니지만 정말 태국 병원음식은 내 입맛에 딱이었다. 맛있게 먹은 덕분에 모유도 잘 나왔던 것 같다.
간호사 선생님의 말로는 태국에서는 아이를 낳은 산모를 신성하게 여긴다고 했다. 다른 환자들을 돌보느라 힘드실 텐데도 간호사 선생님들은 오가며 내 병실에 자주 들러주었다.
조금만 땀이 나도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시고, 필요한 게 없는지 늘 물어봐주셨다. 그렇게 간호를 받으며 내가 정말 신성한 사람이 되었다고 느꼈다면 다들 믿을까.
한 번은 내가 지나가는 말로 샤워를 하고 싶다고 하자, 제왕절개를 해서 아직 안된다고 하고는 나가셨다. 그런가 보다 하고 누워있는데. 조금 지나자 3명의 간호사 선생님들이 몰려오셨다. 그리고는 나를 홀딱 벗기고는 따끈한 수건으로 온몸을 닦아주시기도 했다.
엄마가 불편하면 아이도 그 느낌을 안다면서 주저하지 말고 뭐든지 말해달라고 하셨다. 그날 그렇게 수건 샤워를 하고 개운했나 보다. 잠에 곯아떨어져서 일어나 보니 다음날 아침이었다.
아이를 안고 퇴원하던 날. 병실에서 아기용품을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어렵게 태어난 아이니 귀하게 키우라고 내 손을 잡아주셨다. 아이를 어떻게 안는지도 잘 몰라 어설프게 아이를 들고 병실을 나오는데 모두들 나를 문 앞까지 배웅해 주셨다.
언어가 달라 얘기는 많이 못했지만 그 정성 어린 손길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언젠가 한 번은 아이들과 함께 병원에 다시 가보고 싶다.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