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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Sep 24. 2023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운동하는 작가를 꿈꾸며


시작은 무라카미 하루키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으니까.      

그가 운동을 한다기에 나도 해본다. 나의 운동은 대부분 늦은 오후에 시작해서 초저녁에 끝난다.     


무릎 연골이 이미 할머니 수준으로 퇴화했으므로 하루키처럼 달리기는 못하지만 테니스도 치고 유튜브를 보며 홈트레이닝도 하고 산책도 한다. 시원하게 땀을 흘리고 나서 샤워를 하고 노트북에 앉으면 시원한 맥주가 당긴다. 살짝 출출하기도 하다. 냉장고에 맥주가 없어 근처 편의점으로 나간다.      



편의점에 가니 아직 못 먹어본 꼬북칩 매운맛이 보인다. 바구니에 넣는다. 맥주를 먹기 전에 속이 좀 든든해야 몸이 상하지 않을 것 같으므로 양반죽도 산다. 죽을 고르는 기준은 건강이다. 이번에는 몸에 더 좋아 보이는 전복죽을 고른다.      


살짝 무게감이 생긴 바구니를 들고 맥주가 가득한 냉장고 앞에 선다. 2+1인 맥주 중에서 흑맥주를 살까 라거를 살까 고민하다 고개를 돌렸는데 갑자기 와인 코너가 눈에 띈다.  요즘 편의점 와인은 꽤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와인 쪽으로 몇 걸음 움직인다.


이번엔 화이트 와인을 살지 레드와인을 살지 신중하다. 아직 햇볕이 뜨거우니 시원한 화이트 와인을 더 먹어야 하나, 아니면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과 어울리는 레드 와인을 고를까.      

참으로 진중하게 와인 진열대 앞에서 서성이다 바구니에 담긴 꼬북칩과 전복죽을 내려다본다. 흠. 이 조합이라면 청하다.


결국 맥주를 사러 갔다가 삼십 분만에 편의점 투어를 끝내고 청하를 바구니에 넣어 계산대로 간다.      


이제 막 교대를 바꾼 눈빛 또렷한 아르바이트생이 척척 계산을 끝내고 비닐봉지에 담을지 묻는다. 환경보호를 해야 하므로 지성인 느낌으로 살짝 웃으며 괜찮다고 말한다. 양손 가득 방금 쇼핑한 군것질거리 들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 와서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찬 아일랜드 식탁에 방금 산 과자와 죽과 청하를 올려놓는다. 비닐봉지는 거절했지만 먹고 나면 죄다 쓰레기가 될 패스트푸드 포장지를 바라본다. 그리고 아직 지구를 위한 작가가 되기는 글렀다고 자책한다.      


전자레인지에 죽을 넣어 돌리고 청하를 잔에 따른다. 꼬북칩 봉지를 열어 한입 먹고 오리지널이 역시 제일 맛있다는 생각을 하며 잔을 비운다. 그 사이에 죽은 알맞게 데워져 빈 속을 채운다.      


술기운에 살짝 졸린 채로 죽과 꼬북칩을 노트북 앞으로 가져간다. 아까부터 켜있는 빈 화면을 보며 한숨을 쉰다.      


문득 카드를 편의점에 두고 온 게 생각이 난다. 다시 편의점으로 간다.



 글은 언제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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