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오빠'에겐 '절대' 하면 안 되는 '질문'
남편은 설거지를 하고 나는 빨래를 개는 평범한 일요일 오후.
아들은 누워서 만화책을 보며 뒹굴거리고 딸내미는 며칠 전에 사둔 클레이를 조물딱거리며 놀고 있다.
만화책에 심취해 거실 바닥에서 꼼작도 하지 않는 큰애와 달리 둘째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할 일이 많다.
클레이로 병아리를 만들었다가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화장대 앞에서 화장품 냄새도 맡아보고 빗질도 한다.
빨래를 다 개고 드레스룸에서 정리하고 있는데 딸이 묻는다.
엄마처럼 어른스러운 머리모양을 하고 싶은데 아무리 해도 잘 되지 않는다는 거다.
어디 보자. 엄마는 파마를 해서 그런 느낌이 나는 것 같은데 드라이로 컬을 만들어주냐니깐 고개를 끄덕거린다. 컬을 만들고 나서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게 아니란다. 웨이브로는 엄마 같은 느낌을 낼 수 없다는데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있나.
둘이 유심히 거울을 보다가 아하! 그럼 가르마를 바꿔보자. 딸은 정중앙으로 가르마가 나있고, 나는 옆 가르마라 아이가 보기엔 더 어른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오호, 가르마를 바꾸니 본인이 원하는 블랙핑크 제니 느낌이 난다고 딸은 아주 흡족해했다.
쪼르르 마루에 간 둘째는 만화책을 보던 오빠를 일으켜 세운다.
오빠,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둘째를 따라 나오던 내가 멈칫했다. 설거지를 막 끝내고 물을 마시던 남편이 풉 하고 물을 내뱉기 직전이다.
쉿. 우리가 정말 듣고 싶은 건 아들의 대답 아니었던가.
남편은 나에게 더 이상 웃지 말라고 눈짓하며 어정쩡하게 앉아 무슨 대답을 할지 고민하는 아들의 입술만 바라보았다.
글쎄... 달라진 건 없어 보이는데? 더 못생겨 보인다는 거?
아... 아들아... 기대도 안 했지만 이 대답은 아니지 않니.
둘째는 이렇게 내가 열심히 머리 가르마를 바꾸고 왔는데 어떻게 못 알아볼 수가 있냐며 아들을 타박하기 시작했고, 정말 이렇게 하니 내가 못생겨 보이는 게 사실인지 추궁하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엄마와 아빠의 손길이 필요하겠구나.
둘째야, 절대 남자에게 물어보지 말아야 할 질문이 '나 뭐 변한 거 없냐'는 질문이래.
남자는 죽어다 깨어나도 모를 거니까, 그냥 물어보지 마. 특히 친오빠한테는 더더욱 그렇단다.
첫째야. 혹시라도 동생이나 여자친구가 뭐 변한 거 없냐고 물어보면 그냥 항상 예쁘다고 대답하면 된데. 왜냐면 너는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모를 테니까.
이렇게 단단히 교육을 시켰건만 둘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해가 안가는 눈치다.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생기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되겠지.
이참에 복습이나 해보자. 이미 교육을 철저히 받은 남편에게 고개를 돌려 물어본다.
"나 오늘 뭐 변한 거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