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장판에 철퍼덕 앉아 발을 주무르시던 외할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물 묻은 손을 앞치마에 쓱쓱 닦고는 이내 거실 창문 앞에 앉아서 발바닥을 꾹꾹 누르시곤 했다. 밥솥에서 칙칙하는 소리가 났던 아침 시간 즈음이다. 어디를 누르면 시원하고 뭉친 곳이 풀리는지 지도가 있는 것처럼 다 아는 모양새였다.
할머니는 발꿈치에 바세린을 바르는 일도 잊지 않았는데 크림통을 가져오는 일은 내 차지였다.
할머니의 낮은 화장대에 가는 건 늘 좋았다. 작은 핀들, 바늘과 실, 손수건처럼 소소한 물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즐거웠다. 할머니의 방과 화장대는 소설처럼 깨끗했다. 먼지 하나 없이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있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따뜻하다.
화장대 거울 양 옆에는 큰 물건을 놓을 수 있도록 평평하게 대칭으로 받침이 있는데 그중 한 개는 바세린 차지였다. 어린 내 손이 작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통이 엄청 컸던 건지 모르겠지만 끙차 하고 들어 올려 쪼르르 달려가 할머니 손에 쥐어 드리곤 했다.
하루는 내 미색 체육복에 구멍이 나서 화장대에서 바늘과 실을 가져오다가 반쯤 뚜껑이 열린 바세린 통을 보았다.
이걸 발에 왜 바르는 건지 알 길이 없었던 일곱 살은 그제야 어린 발에도 발라볼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바닥에 앉아 발바닥 여기저기 크림을 바르는데 저쪽 거실에서 바늘은 언제 가지고 오냐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답을 하려면 발을 바라보느라 숙였던 고개를 쳐들고 손을 멈추어야 했다. 할머니는 어떻게 신선처럼 앉아 발을 주무르며 티브이도 보고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키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화장대로 심부름을 간 손녀가 오지를 않자 체육복을 들고 건넛방으로 오신 할머니는 당신의 크림을 바르는 걸 보고 싱긋 웃으셨다. 그리고는 너는 아직 안 발라도 돼. 이렇게 보드랍잖아 하시며 내 발을 두 손으로 감싸주셨다. 그래도 발라줘. 나도 바르고 싶어. 손녀의 성화에 못 이겨 할머니는 발 전체에 크림을 발라주셨고 미끄러지지 말라고 양말을 쭉 당겨 신겨주셨다. 그날 양말 속에 쌓인 미끄덩한 발 때문에 잠을 설친 기억이 난다.
보드랍던 일곱 살 소녀의 발바닥도 이제 제법 까칠해져 미끌한 로션기가 없는 발이 어색한 나이가 되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애들 손이 조금 텄길래 화장품 가게에 들러서 바세린을 샀다. 따끈한 물에 손을 씻겨서 말린 후에 크림을 잘 바르고 짝 없는 양말을 양손에 껴줄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