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기록

차라리 시를 떠올리는 게 편하다.

달의 탄생

by namtip


우연히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유튜브 클립을 보는데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가 달의 탄생을 설명하는 부분이 나를 사로잡았다. 지구는 원래 혼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44억 년 전 화성 크기의 소행성이 날아와 지구와 충돌했고 그때 지구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산산이 흩어진 소행성의 일부와 지구의 파편들이 서로 뭉쳐지면서 달이 된 것이다. 이는 통설이다.




예전에 한 친구가 물었다. 너는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는 믿으면서 어떻게 과학적 사실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쉽게 말할 수 있냐는 것이다.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는 총총 사라진 그녀 덕분에 이 글을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바닷가에 놀러 가서 밀물과 썰물이 달에 의해 생긴다는 아빠의 설명을 들었던 날. 그날 민박집 창문으로 넘어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결에도 중얼거렸다. 달 때문이라니 믿기지 않아.


훗날 학교에서 달의 중력이 지구의 바닷물을 끌어당긴다는 걸 배웠을 때도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지'라는 생각뿐이었다. 간단히 말해 달로 시작했지만 짧은 지식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자연 현상들과 그 이유를 밝혀낸 과학자들의 업적은 너무나 거대하다. 그래서 받아들이기 벅차다.


그러니 이 거대함을 감히 마음에 다 담지 못하겠다는 건 결코 쉽게 내뱉은 말이 아니다.


수학과 과학을 못하면서도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한 건 이런 이유였을까. 끊임없이 하늘을 보며 beyond rainbow를 꿈꾸는 이에게 우주는 그저 꾸준히 계절을 보내줄 뿐이다.





강의를 보던 중 한 게스트가 그럼 달은 '지구였던 것'이라고 말하자 심채경 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장면이 있었는데 꽤 인상 깊었다.


달이 수십 억 년 전에 지구로부터 온 파편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 참 묘했다. 지구의 일부였지만 오롯이 다른 이름을 갖게 된 위성. 달은 한 덩어리로 뭉쳐진 순간부터 지구 생물의 진화에 영향을 줄 만큼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만약 지구가 혼자였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게 분명하다.


비단 지구와 달뿐일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우리는 전체이며 부분이고 부분이면서 전체인

유니버스(Universe)다. 별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작과 끝의 고민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우주를 보며 차라리 시를 떠올리는 게 편하다. 그 어떤 수식으로도 설명할 수 없기에 시는 계속 탄생한다. 우주는 땅에 노래를 안겨준다.



p.s

지구인으로서의 당신의 삶이 어떤지 모르지만 나는 더없는 행복과 중압감이 공존하기에 신을 믿는다. 그러므로 나에게 질문한 그녀에게 대답할 수 있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으면 지구에서의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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