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기록

잠을 청하는 방법

끄적이기

by namtip

잠이 오지 않는 아이들의 밤


우리 아이들은 보통 저녁 9시 반쯤 잠자리에 눕는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이야기도 하고 가끔 성경을 읽은 후 기도하고 잠에 들기도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유독 첫째가 잠에 드는 걸 어려워하더니 둘째도 다시 재워달라며 나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끄적이기를 해보자.


잠자리를 100마리 넘게 세어도 잠이 오지 않던 날. 우리는 거실에 다시 모였다. 아이들은 침대에 누워있으면 여러 생각이 구름처럼 떠오른다고 했다. 오늘은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어보고 계속 말하다 보니 잠이 오기는커녕 점점 눈이 말똥말똥 해진다.


아이들에게 생각의 배출구가 필요한 것 같았다. 일기를 쓰면 좋겠지만 일기는 당연히 부담스럽다. 그래서 '끄적이기'를 해보기로 했다. 엄마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 한 단어도 좋고, 낙서도 좋고, 그림도 좋다고 했다.


아이들은 끄적거리기만 했는데 잠이 오겠냐며 의아해했는데 언젠가부터 쪽지를 들고 온다. 생각을 써놓고 보니 좋았다던지, 아무도 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낙서를 했는데 편안해져서 잠이 잘 왔다는 등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제는 큰 아이가 쪽지를 들고 와서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수학숙제, 내일이라고 적혀있었다.

잠이 안 와서 엄마말대로 펜과 종이를 들고 앉아 떠오르는 걸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일은 수학 숙제가 있는데 숙제를 하고 나면 축구를 많이 못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말을 마치고 잠시 우두커니 내 옆에 있다가 별거 아니네? 하며 다시 자기 방으로 가서 잠이 들었다.


적어놓고 보니 별것 아닌 일들과 별일인 일들


언젠가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이런 말을 한 순간이 기억이 난다. 정말 스트레스를 받아서 술을 먹고 노래방을 가고 춤을 추고 멀리멀리 여행을 떠나도 결국 끝내 나는 어딘가에 적어 내려가지 않으면 그 일들이 마무리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무언가를 적고 남기는 순간이 없었다면 쌓인 감정의 무게에 스스로 눌려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나를 닮아 내 아이들도 그런 걸까. 정말로 생각이 많은 건지 아니면 마음이 크느라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만약 끄적거리며 마음이 편해진다면 아이들이 자주 그랬으면 좋겠다. 적고 보니 별거 아니었어 혹은 적고 나니 정말 큰일이었네 라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은 소중하다. 수학숙제와 축구 사이에서 고민하며 뒤척이던 밤이 편안해진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순간순간 자신의 마음을 토닥인다면 어느 순간 잠도 잘 오고 좋은 꿈도 꾸겠지.

아이들도 나도. 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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