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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Dec 03. 2024

힘을 빼자

너무 식상한 얘기지만 결국 모든 운동은 힘을 빼는 게 관건이다. 그리고 더 식상한 얘기겠지만 모두가 아는 이 사실을 실제로 구현하는 건 정말 어렵다. 써놓고 보니 정말 다 아는 얘기긴 하네.


어쨌든 테니스도 마찬가지다. 라켓을 너무 꽉 쥐면 스윙이 부자연스러워진다. 그렇게 되면 막상 공을 칠 때 잘못된 방향으로 가거나 공을 열심히 쳤더라도 근육을 잘 못 썼으니 다음날 팔이 퉁퉁 붓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게 운동을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게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역치를 넘기까지의 시간을 채워야 된다. 이 과정이 정말 고통스럽긴 하다.


수영을 배울 때도 그랬다. 아무리 선생님이 힘을 빼라고 소리치면 뭐 하나 물속에 계속 가라앉는 걸. 그런 내 꼴이 보기도 싫어 씩씩 거리며 물안경을 내던지는 수많은 날을 보내고 나면  어느 순간 똑같이 물장구를 치며 앞으로 나가는데 가볍게 고개를 돌려 숨을 내쉬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스스로 놀라 다시 물속으로 꼬르륵 들어가면서도 환호했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다시 테니스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동안 새로 바뀐 코트에 적응하랴, 그립연습하랴 우여곡절을 겪었다. 연습이 없는 날엔 라켓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쥐어도 보고, 혼자서 휘둘러도 봤다. 그런데도 그리 달라지는건 없었는데 어랏 오늘 몸이 훨씬 가벼워 진걸 느꼈다. 계단 오르기의 힘인가. 일단 공을 쫓아가는데 하체가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스텝에 신경을 덜 쓰면서 긴장이 좀 풀렸는지 라켓 잡는 게 훨씬 자연스러워지는 걸 느꼈다. 원래는 준비자세 때부터 그립을 신경 쓰느라 공이 올 때마다 그립도 신경 쓰고 공도 쫓아가야해서 난리도 아니었는데 스텝도 그립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공을 치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연속으로 열 번을 넘게 아주 가뿐하게 공을 넘기는 날이 오고야 만 것이다. 물론 포핸드 위주의 랠리였지만 말이다. 탕탕 탕후루가 아닌 탕탕 공이 넘어가는 그 소리를 들으며 공을 보내고 받는 희열이란. 마치 내가 검투사가 된 기분이랄까. 나를 향해 날아오는 공들아! 내가 오늘은 너를 다 넘겨주마. 속으로 아수라 백작 웃음을 날리며 아주 신나게 공을 쳐냈다. 이젠 확실히 꽃게에서 벗어난 것도 분명하다. 옆으로만 다니지 않고 코트를 제법 누비며 공을 수도 있게 되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의지가 솟아나는 걸. 겨울에 가열차게 연습해서 내년 봄에는 꼭 야외 코트 초보자 경기에 나갈 수 있기를 꿈꾼다. 그때까지 지긋지긋한 계단 오르기도 계속해야겠지만 원래 쳐다보기도 싫을 만큼 해야 잘할 수 있는 법이니까!


p.s 오늘도 즐거운 테니스 레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새우만두와 고기만두를 날름날름 먹었다.

테니스와 만두는 정말 천상의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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