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퀸메이커의 마지막 회 크레디트 영상을 보며 질문했다.
나는 퀸메이커가 되고 싶은가 퀸이 되고 싶은가.
다시 글을 쓰면서 알게 된 한 가지. 행복해지려면 내가 나의 가장 큰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머뭇거렸다. 그리고 이런 말을 자주 했던 것 같다. 결승선 근처까지 왔으니 됐다고 꼭 그 선을 넘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이다. 그 말도 맞긴 하다. 결승선 언저리까지 간 것도 대단한 거니까. 그런데 생각해 보니 결승선을 넘고 나서의 기분이 어떤 건지 나는 잘 모른다. 더 솔직하게 말해보면 결승선 근처에 가본 적도 없다.
어쭙잖은 말로 얼버무려 내 진짜 실력이 들통나기 전에 상황을 정리해버리거나 오기를 부려 내 탓이 아닌 당신 때문에 내가 여기에서 머물게 된 거라는 핑계로 위안 삼았던 것 같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남들 다 긴장하는 수능시험 때도 나는 정말 가뿐하게 시험을 치르고 나왔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대학은 큰 의미가 없었기에 시험이 떨리지도 무섭지도 않았던 것이다. 아마 떨어질 때를 미리 대비해 나는 원래 원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척' 한건지도 모른다.
대학 졸업 후 모 기업 면접에서 면접관이 나에게 치열함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나더러 정말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지 진심으로 궁금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면접실을 둘러보니 다들 정자세로 앉아 바싹 군기가 들어 면접관의 말에 경청할 때 나만 이 면접이 언제 끝날지 시계만 봤던 기억이 난다. 면접관은 정확했다. 나는 그 기업에 입사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입사할 자신이 없었다.
실력이 모자란 걸 인정해야 했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나도 나를 도와줄 수 없다. 그런데 나는 자존심을 부려 끝까지 떠밀려 다녔다.
이제는 나를 위한 퀸메이커가 되고 싶다.
그동안 내가 참 잘했던 건 내 주변 사람들의 장점을 잘 기억해 그 사람이 잘 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지인들의 회사나 가게에 친구들을 추천을 해주고 입사하는 후배가 있으면 자기소개서를 함께 수정했다. 그렇게 잘 되어 나에게 고마움이 돌아오면 기뻤지만 그때는 왜 내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기분이었는지 깨닫지 못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을 때 첫 번째에서 똑 떨어졌다. 만약 옛날의 나였다면 어땠을지 생각을 해보았다. "브런치 작가 된다고 별거 있겠어. 이 정도만 해도 잘한 거야."라고 말했을게 분명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다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될 때까지 글을 써보겠다는 욕심도 났다.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두 번째 도전에 합격했을 때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욕심을 내는 것조차 두려워했다는 걸 말이다. 그냥 다시 도전하면 되는 건데 그 조차 무서워했다는 걸 알았다.
더 이상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채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만을 조력하기보다 내 삶의 풍요로움을 위해 살고 싶다. 깨닫지 못한 나의 장점을 내가 살려주고 점점 더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쓰는 사람의 대열에 들어선 게 너무 기특하다. 그동안 몰랐던 내 안의 두려움을 깨닫게 된 건 내가 쓰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이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하며 나는 확고해졌다.
퀸메이커가 되고 싶은가 퀸이 되고 싶은가?
나는 내 삶의 퀸이 되겠다. 실패도 성공도 다 받아들이고 왕관의 무게를 지고 가는 퀸이 되고 싶다. 다른 사람을 조력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나의 꿈 또한 치열하게 이루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내 자리에 우뚝 서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는 나를 위한 퀸메이커가 되기로 결심했다.
누구의 평가도 신경 쓰지 않는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위해.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