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처럼 살고 싶어
당당하게 살아 너만의 권법으로
얼마 전 아들과 카페 데이트를 했다. 그런데 아들이 바지를 가슴까지 한껏 올려 입은 것이 아닌가.
순간 떠오르는 그분. 너처럼 바지를 이렇게 올려 입고 골목대장노릇하던 분이 계시다며 영구와 땡칠이를 보여주었다. 설마 했는데 유튜브에 있을 줄이야?
아들 덕분에 다시 보게 된 영구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었다.
기발했다. 흔들리는 이빨을 빼려고 이에 실을 묶어서 문에 걸었는데 엄마가 문을 반대로 여는 바람에 도리어 문에 얼굴을 맞고 쓰러진다. 영구가 포기할리 없지. 땡칠이의 몸에 실을 묶어 엉덩이를 뻥차서 땡칠이를 쫓아가다가 이빨이 빠져버렸다. 결국 원하던 일은 어떻게든 해내는 영구.
내가 본 영상은 편집본인 듯했는데 원하던 대로 이빨을 뺀 영구가 귀신들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아들이 흥분하기 시작한다. 드라큘라다! 처녀귀신! 와! 강시!!!
근데 영구가 하도 꼬질꼬질해서 피를 빨아먹기도 전에 드라큘라가 한걸음 물러 선다. 그리고 영구는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귀신들에게 방귀를 발사하고 손가락으로 십자가를 만들어 대적한다.
어떻게든 영구를 공격하려는 드라큘라. 하지만 우리의 영구는 절대 기죽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드라큘라 주위를 뿅뿅 돌며 자신만의 권법으로 귀신들을 무찌른다.
아들이 영구의 권법을 흉내 내며 카페 밖 창문에서 나를 향해 띠리리리 영구 없다를 외친다. 30년 전 영구가 너에게도 먹히는 걸 보니 영구와 땡칠이는 최고의 작품이 틀림없다.
아들과 영구를 보며 배꼽 빠지게 웃는 동안 문득 영구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누가와도 나만의 권법으로 무찌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날 저녁 아들과 딸에게도 이런 영구처럼 살라고 말해주었다.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할 때는 눈하나 깜박이지 않더니 영구처럼 되라니까 둘 다 손을 양 옆으로 펼치는 권법을 선보이며 너무 좋아한다.
오늘도 우리 집은 영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수련 중이다. 다 같이 소림사를 가는 그날까지.
영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