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기록

화성과 같은 곳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by namtip

결혼을 하고 보라보라섬에서 살게 된 후배가 있었다. 보라보라섬이라고? 처음 들어보는 섬 이름이었다.

언니 그 섬은 나에겐 화성 같은 곳이에요. 화성 같다는 건 무슨 뜻인지 묻자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어봤냐고 했다.

아니. 그런 책이 있어?

네. 꼭 읽어봐요. 제 인생책이에요. 거기 나와요.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코스모스는 내게도 인생책이다. 너무나 두꺼워서 읽을 엄두가 안 난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꼭 처음부터 읽을 필요도 없고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문학적으로 뛰어난 표현이 많다.


'화성 같은 곳'이란 말이 어떻게 쓰였는지 궁금했다. 아마도 그 말이 어디에 나오는 건지 찾기 위해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찾았다. 7장에 나오는 말이었다.


칼 세이건은 어릴 적 뉴욕시 브루클린 벤손허스트 구역에 살았다고 하는데 동네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동네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고가철도가 지나가는 86번가의 북쪽으로는 가본 적이 없고 자신에게는 미지의 신비로 남아있다고 쓰여있다. 가본 적 없는 86번가를 그는 화성 같은 곳이라고 했다.


나에게도 86번가와 같은 곳이 있다. 바로 아이들의 마음이다. 절대 그 속을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어느 정도까지만 그들의 머릿속을 예상할 수 있다.


칼세이건이 도서관에 가서 처음으로 별에 관한 책을 읽었을 때 그는 태양이 별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태양은 멀리서 점처럼 반짝이지는 않는다. 다른 별들보다는 우리와 가깝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다시 코스모스를 읽으며 아이들은 어떤 별일까 생각해 봤다. 내 옆에서 종알대고 있는 아이들은 태양과 같은 별이다. 그 속을 알 수 없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다른 존재보다는 나와 가깝다. 태양이 별인지 몰랐듯 나도 내 아이들이 별인지 몰랐다.


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계속해서 질문한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과연 무엇일까. 코스모스에서는 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아기의 웃음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우리가 하늘을 궁금해하듯 내 속으로 난 자식이니 그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떤 사람이 계산해도 우주는 크다. 그 우주 안에서 만난 아이들과 나. 그래서 더욱 신비롭다.

오늘도 나는 하늘을 바라본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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