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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Jul 18. 2023

에드워드 호퍼라면 덕수궁을 어떻게 그렸을까?

어쩌다 명동 호캉스


1. 서울시립미술관-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구도와 소재가 독특하다. 뉴욕 건물의 옥상, 건물의 모서리, 위에서 내려다본 길거리의 사람. 호퍼가 관심을 갖는 풍경은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볼 수 없는 그것이다.

아래 두 그림은 인상 깊었던 작품인데 화면상 왼쪽은 유화작품인 <도시의 지붕들>, 오른쪽은 판화기법인 에칭을 사용한 작품인 <밤의 그림자>이다.


삽화가였던 호퍼의 초기시절의 그림까지 모두 포함해서 이번 전시에서 느낀 건 외로움이다. 파리에서도 뉴욕에서의 모든 작품들에서 고독함이 풍겨 나오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톤다운된 색감 덕분이기도 하고 에칭기법 자체가 주는 서늘함도 한몫하는 것 같다.  특히 <도시의 지붕들>을 보면서는 호퍼가 하필 빌딩 옥상을 왜 그렸을까 계속 생각하면서 봤던 것 같다.

 

                        <좌: 도시의 지붕들 >                                                    <우: 밤의 그림자>

2. 덕수궁


에드워드 호퍼전을 보고 나서 덕수궁을 들르니 만약 호퍼라면 이곳을 어떻게 바라봤을지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시각으로 건축물을 바라봤던 예술가. 그가 한국에 와서 덕수궁을 바라봤다면. 그래서 오늘은 나도 다시 살폈다. 중화전의 지붕을, 석조전의 기둥을, 계단의 모서리들을 .


만약 에드워드 호퍼가 덕수궁에 왔다면, 목조와 석조의 지붕이 만나는 듯한 이 모습을 눈여겨봤을 것 같아 사진으로 남겼다.


덕수궁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과거에 이곳을 오갔던 이들과 우리는 어디쯤에서 만나는 것일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문득 한 인터뷰에서 호퍼가 직접 읽어줬다던 그의 글이 떠올랐다.  


호퍼가 직접 쓴 글 중 일부이다.

호퍼는 삶에는 존재의 전부가 함축되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예술은 삶에 반응해야 한다고 말이다.


결국 옛사람들이 살아낸 삶도, 현재 우리의 삶도 모두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현재가 반응해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면 그렇게 또 다른 역사가 쓰일 것이다. 호퍼와 나 그리고 덕수궁의 수많은 발걸음이 어우러져 오늘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해 준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예술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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