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mtip Jul 20. 2023

한밤 중 창문 두드리는 소리(1)

"탁, 탁."

주섬 주섬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한 시였다. 미국에 도착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시차적응을 하려는지 설레서 그랬는지 새벽까지 뒤척이며 몽롱했다.


동생네는 2층으로 된 전형적인 목조주택이었다. 차고 문을 열고 들어오면 창고가 있고 창고와 집을 이어주는 문이 있다. 보통은 그쪽으로 사람이 다닌다. 창고를 지나면 정원과 연결되어 있는 오래된 벽난로가 있는 간이 마루.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미니 계단이 있고 그 계단을 오르면 거실과 주방이 있다.


차고로 들어오는 문은 후문이고 거실 옆에 있는 문은 정문이지만 정문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쪽 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나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탁, 웅웅"


아까와는 음의 높낮이가 달랐다. 누워서 한 자세로 핸드폰을 한 탓인지 허리 쪽이 뻣뻣했다. 힘들여 일어나 소리 나는 쪽으로 가봤다. 가로등이 켜져 있는데 나무에 가려 희미했다. 뭐가 보이지도 않았다. 새벽 한 시에 창문에서 소리가 날 일이 뭐가 있을까 싶어 복도를 지나 반대편 안방으로 가봤다.


아무도 없다.

텅 빈 방에는 걸을 때마다 삐걱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70년대 지어진 집이라더니 마룻바닥이 삐걱거리네." 낮에 동생과 우스개 소리를 한 게 생각났다. 한낮의 실소가 후회됐다. 안방 쪽 가로등에 비친 이불은 더 새하얗게 보였다. 이불을 들쳐볼 용기도 없어 다시 밖으로 나왔다.


자고 있어야 할 동생네 식구들은 없고 이제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봐야 하는데 그날따라 거실에 미등도 없어 내려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빛이 흘러나오는 곳은 내가 있던 방뿐이었다. 다시 살금살금 걸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하지만 한번 귀에 익은 소리는 계속 들려오는 법. 이번엔 천천히 내 방을 둘러봤다. 침대, 커튼, 붙박이 장까지 뭐 하나 문제 될 건 없었다.


다시 복도로 나가 "oo야~~"하고 동생을 불러봐도 대답은 없었다. 아래층 어항에서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들려올 만큼 고요할 뿐. 방 쪽 창문에서는 이제 뭔가를 찍찍 긁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차마 방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결국 난간을 붙잡고 1층 거실 쪽으로 내려갔다.


쏴~~. 나뭇잎이 바람에 스친다.


"끼... 익...."

"끼... 익..."


그때 거실에서 밖으로 연결된 평소 잘 쓰지 않는다던 문 손잡이가 쓱 하고 돌아갔다. 그리고는 다시 반대로 돌아가는 동그란 손잡이.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데  밖에서는 다시 손잡이를 반대로 돌려 보려다 실패했는지 문을 흔들기 시작했다.


"쓱쓱쓱쓱"


날 선 소리가 반복되고 나는 주저앉은 채로 일어설 수 없어 2층으로 쫓기듯 기어 올라갔는데......








사브작 매거진을 구독하시면... ...

여름날 당신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으스스한 이야기가 있다는 소문이... ...




 

매거진의 이전글 한 달에 한 번씩 마주하는 공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