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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Jul 21. 2023

한밤 중 창문 두드리는 소리(2)

"타 타탁"


거실 큰 창문 사이로 그림자가 재빠르게 지나갔다. 그쪽은 정원이 있는 곳인데 어떻게 들어왔지? 아까 거실 쪽으로 들어오는 문고리를 돌린 누군가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는 소리다.


정원으로 들어오려면 밖에서 차고를 통하거나 그 옆에 좁은 통로에 있는 철문을 열어야 했다. 하지만 차고문이 열렸다면 그 큰 소리를 내가 모를 리 없었다.


밤에는 두 곳 모두 자물쇠로 잠가놓는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누군가가 정원에 있다면 철문을 열고 들어왔다는 말이 된다. 만약 집안으로 들어올 계획이라면, 마지막 관문. 정원에서 간이 마루로 들어오는 미닫이 문만 열면 되는 상황.


위층에는 아이들이 자고 있었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2층으로 올라가려던 계단에 거의 엎어져 있던 터라 밖에서는 나를 봤을 리 없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지만 지금 그 사람이 철문을 열고 들어왔다면 아이들이 위험했다.


하나, 둘, 셋.

눈을 질끈 감고 거실을 지나 미닫이 문쪽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다.


"악!!!!!!!!!!!!!!!!!"


여자다. 정원에 어떤 여자가 서 있었다.






"언니!!!!!! 나야!!!!!"

"문 좀 열어줘!!!!"





기절하듯 아침까지 마루에 누워있던 내게 동생은 새벽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정원에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미닫이 문이 고장 나서 들어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날따라 제부와 아이들은 안방에 있는 작은 다락방에서 낭만을 즐기다가 잠들었다 하고(그래서 안방에 아무도 없었구나......) 유일하게 불이 켜진 방이 내 방이라 로미오가 된 심정으로 작은 돌들을 던졌다고 했다.  


문고리가 혼자 돌아가던 순간도, 지나가던 그림자를 본 것도 다 말해주니, 동생은 해맑게 웃으며 자기인지 몰랐냐고 깔깔거렸다.


멀쩡했던 문이 망가져 새벽에 들어오지 못했던 동생 덕분에 처음 느껴본 극강의 공포. 며칠 동안 체해서 밥도 잘 못 먹을 줄 알았으나 푹 자고 나서는 다행히 아픈 곳 없이 무탈하게 여행을 마쳤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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