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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옹 Jul 21. 2023

홍콩할매를 아시나요?

빨간 마스크를 조심하라



초등학교 때 우리는 오총사였다.

이름도 하나같이 국어책에 나올만한 이름을 가진 내 친구들.

아직도 내 전화번호 목록에는 국어책친구들이라는 폴더가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결성된 우리는 학교가 끝나면 아지트인 우리 집으로 와서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쉼 없이 수다를 떨었다.

그중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학교전설이다.

학교 행사 때면 비가 오는 날이 많았는데 그건 예전에 소풍을 못 가고 억울하게 죽은 아이의 울음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밤 12시가 되면 학교 운동장에 있던 이순신장군동상과 유관순동상에서 영혼이 나와 운동장에서 춤을 춘다전설이다.

밤 12에 학교에 가면 이순신장군과 유관순열사를 만나 밤새도록 춤을 춰야 한다는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이야기.

지금은 말도 안 된다며 웃지만 그 당시 우리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무서움에 발버둥을 쳤다.




우리는 여중생이 되었다.

중학교에는 그런 유치한 학교 전설은 없었다.

초등학생이나 하는 유치한 이야기라고 코웃음 쳤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무섭다고 울어놓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를 두렵게 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홍.콩.할.매.

요즘 아이들이 들으면 그냥 "홍콩할머니?" 하겠지만 그 당시 홍콩할매는 전국적으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가던 할머니가 비행기 사고를 당해 불귀의 객이 되려고 할 때 데리고 가던 고양이와 융합하여 귀신이 되어버렸다.
이후 이 반인반묘(半人半猫)의 귀신은 자신의 모국인 한국으로 돌아와서 저항할 능력이 어른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민학생, 그중에서도 하굣길의 국민학생들만 골라 살해하기 시작하는데….
출처 : 나무위키


우리 학교에서 떠돌던 홍콩할매 인상착의는 빨간 마스크였다.

흉측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했다.

학생들을 쫓아오다가 친구들과 헤어져 혼자 걸어가는 학생이 있으면

다다닥

뛰어와서 학생을 벽으로 밀어서 질문을 한다.

그 질문에 어떠한 대답도 하면 안 된다.

만약 무슨 말을 한마디라도 한다면 바로 마스크를 내리고 찢어진 입으로 잡아먹는다고 했다.

원래는 하얀 마스크였는데 먼저 다른 사람을 잡아먹고 와서 빨간 마스크가 되었다는 무시무시한 괴담이다.


우리 오총사는 매일같이 버스정류장에서 이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나누며 주위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홍콩할매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다 같이 한 명씩 친구집을 데려다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다행히 나와 친구 한 명은 바로 옆집이라서 맨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바로 잡아먹지 않고 질문을 할까? 의구심이 들지만 그땐 무서웠다.

 



얼마 전 삼 남매에게 물었다.

" 너희 학교는 무서운 전설 없니? 엄마 어릴 적엔 학교에 12시가 되면 동상에서 영혼이 나와서~~ "

"에잇~ 그런 게 어디 있어 하나도 안 무서워"

"근데, 동상이 왜 학교에 있어?"

깔깔깔 웃는다.

그러고 보니 요즘 학교에는 동상이 없구나.

'아~ 세대차이~'


이제는 홍콩할매 보다 돌아가는 세상이 더 무서워서 그런지 이런 이야기쯤은 우스운 이야기로 들린다.



사진출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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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가 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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