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떠난 유럽 40일 드라이브] - 29화

여행 23일 차 (2023년 2월 2일)

by Juno Curly Choi

여행 23일 차. 오늘은 숙소가 있는 엑상-프로방스를 구경하려 한다. 늘 그렇듯, 여유 있게 아침을 잘 챙겨 먹고 숙소를 나섰다.


프랑스 지명에 "엑스(Aix)"가 들어가면 물이 풍부한 곳이란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도시 곳곳에 분수가 많다. 숙소에서 미하보 광장을 향해 걸어가면서 도시를 구경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빵집에서 마치 현지인처럼 같이 줄을 서서 빵도 산다. 물론 줄은 현지인처럼 섰지만, 주문할 때는 전혀 현지인 답지 않게 빵을 살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유명 체인 빵집들처럼 선반에 진열된 빵을 각자 골라 담아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오히려 카페에서 커피 음료 주문하듯이 줄을 서 있다가 빵집 주문대에 내 차례가 되면 직원에게 내가 원하는 빵을 달라고 주문하는 방식이다. 주문을 하는데 언어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빵 이름을 현지인처럼 불어로 발음해서 주문하기 어려워서 손짓, 발짓, 손가락질(?)을 하면서 빵을 주문을 한다. 줄을 많이 서 있다는 것은 나의 주문을 보며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라, 빵 주문하면서 버벅거리다 보면 뒤에 줄 선 사람들의 눈총이 뒤통수에 막 느껴지기 마련인데... 그래도! 이래 봬도! 23일 차 여행자 아닌가. 그 정도 눈치 견뎌낼 뻔뻔함은 이제 생겼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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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곳곳에 분수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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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주문한 빵을 먹을 겸 다리를 좀 쉬어갈까 하고 자리 잡은 곳이 마침 Granet Museum 앞이다. 특별한 계획 없이 막 돌아다니다가, 가끔 이렇게 찾아가 봐야지 했던 곳을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그런다. 학교에서 견학 나온 학생들이 많다. 외국은 우리와 반대로 겨울 방학이 짧으니 지금은 방학이 아닌 모양이다.

뮤지엄에 표를 끊고 들어가 파리에서 만나고 한동안 보지 못했던 피카소 그림들을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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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그림을 다시 만나고..
IMG_7826.HEIC 폴 세잔의 여인의 초상화


어제 갔었던 아를이 고흐의 도시였다면 엑상프로방스는 폴 세잔의 도시다. 폴 세잔은 엑상프로방스에서 태어났다. 길을 걷다 보면 세잔이 산책했다는 길을 표시하는 표식이 바닥에 있다. 아를에서도 그랬지만 프랑스 도시에서는 과거 유명한 예술인의 발자취를 바닥에 타일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전역에 그런 게 유행했던 적이 있었던 걸까. 아무튼 그 표식을 따라 걸으며 시간 여행을 하듯 그 옛날 그 화가와 같이 걷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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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의 산책길을 따라 폴 세잔의 흔적을 느끼며 찾아간 폴 세잔의 작업실.

폴 세잔은 고흐와 달리 우리의 표현으로 "금수저" 였던 듯하다. 은행워이었던 부유한 아빠를 만나 탄탄한 재정적 배경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찾아간 작업실도 아버지의 지원으로 만든 작업실이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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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기념품 샵과 안내사무실이 있고, 작업실은 건물 2층에 있었다. 큰 창이 북쪽으로 나 있다. 보통의 집은 남향으로 큰 창을 내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빛의 방향과 양이 중요하므로 수시로 빛의 방향이 바뀌는 남향은 화가의 작업실로 맞지 않다고 한다. 특히 정물을 많이 그렀던 세잔에게는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남향의 창은 덧문으로 및을 완전히 가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세잔의 작업실에 함께 온 관광객들과 쭉 둘러앉아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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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의 작업실
IMG_7862.HEIC 크기가 큰 캔버스를 옮기기 위해 위아래로 긴 모양의 문


가이드 설명을 듣고 난 후 폴 세잔의 작업실 주변에 있는 정원에서 한동안 산책을 했다. 계절이 겨울이라 낮은 해가 비치는 숲은 다소 쓸쓸한 느낌을 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허기가 져서 길거리 피자가게에서 조각 피자를 간식으로 먹었다.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이번 여행 다니며 먹었던 피자 중에 제일 맛있는 피자였던 것 같다. 벤치에 앉아 먹다가, 아무래도 형색이 노숙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상 카페에 자리를 잡고 커피와 코코아를 주문해 피자와 함께 먹으며 잠시의 여유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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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하는 여행자.. 좀 꾀재재 하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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