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展 - 2013년 4월20일 at 제주도립미술관
상대적 문화소외 섬 제주에 샤갈과 피카소가 찾아왔다. 3/19~7/14까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展이 그것. 1만원의 입장료만 내면 샤갈과 피카소 외에 마네, 로트랙, 몬드리안, 앤디워홀 같은 거장들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대표 작품 대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 몇 점만으로 구색 맞추기 식의 전시회가 1층에서 벌어지고, 듣보잡 베네수엘라 작가들의 작품들로 2층 전체를 채우고 있다. 역시나 베네수엘라 국립미술관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작품들로만 기획된 전시회란다. 마치 자국의 작가들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오일머니로 사들인 거장의 1.5등급 작품들로 밑밥을 깔았다고나 할까?
하부 테마를 한 번 살펴보자. <피카소와 그 전후>, <샤갈과 에콜 드 파리의 서정>, <전후의 세계 미술>이란 세 개의 테마로 이뤄져 있다.
먼저 첫 번째 테마인 '피카소와 그 전후'는 세 개의 존으로 구성되었다. (참고로 금번 전시회에서 일체의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 관계로 뉴스기사 및 용감하게 촬영을 감행한 他 블로거님들의 사진을 퍼올 수 밖에 없었단 점 이해 플리즈~)
1. Pre-Cubism(입체파 이전) : 입체파에게 영향을 준 인상주의의 마네, 피사로, 세잔(후기빼고 그냥 인상주의에 포함시키자)의 작품이 있다. 아래는 이 곳 Zone의 대표작품이다.
먼저 마네의 발렌시아의 룰라? 난 몰라! (나만 몰라? ㅡㅡ;;) 마네 작품은 꼴랑 이거 하나.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 (이건 꽤 유명한 그림같음) 정작 피카소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 세잔인데 세잔 작품도 이게 전부.
로트렉의 '제인 에어브릴' (아니 이 시절에 이런 팝아트같은 카툰 Feel이? 리히텐슈타인이 로트렉의 영향을 받았을지도...)
2. Picasso & Cubism(피카소와 입체파): 처음보는 피카소 판화 여러 점 및 금번 전시회 작품 중 최고가(430억원)를 자랑하는 '누드와 앉아있는 남자(Nu et homme assise)'를 볼 수 있는 곳. 이것만 봐도 본전 뽑을 듯...(그림 왼쪽이 여자 누드+오른쪽이 앉아 있는 남자, 여성의 생식기까지 그린 관능적인 누드화다)
3. Post-Cubism(입체파 이후-신조형주의): 형태적(수평과 수직선)으로나 색채적(삼원색과 무채색)으로 기본만 빼고 철저히 덜어 낸 차가운 절제미+수학공식같은 완전미가 느껴지는 콤포지션 어쩌구 저쩌구...(하도 비슷한 기하학 그림이 많아 정확히 어떤 이미지인지 못찾겠음. 예전 한미은행 로고와 비스무리)
다음은 두 번째 테마인 '에콜 드 파리의 서정'.
1. Ecole de Paris(에콜 드 파리): 입체파 이후 파리에 모인 세계의 작가들을 지칭할 때 쓰는 말. 샤갈, 모딜리아니가 대표 화가.
이 Zone에 샤갈 작품 석 점 정도만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말 작품명은 모르겠고 암튼 하늘을 나는 사람만 봐도 샤갈 그림임을 알 수 있는 'El alma del circo'(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간지... 개인적으론 쏘쏘...)
2. Dada & Surrealism(다다와 초현실주의): 1차 세계대전으로 가치관의 혼란을 겪다보니 미술에서도 극단적인 기존질서 파괴 움직임이 나타났다. 전쟁처럼 파괴적이고 그로테스크하거나 혁명적인 작품들이 이전의 고상했던 미술 개념 자체를 송두리째 뒤집어 놓았다. 변기 하나로 거장의 명성을 날로 먹은 뒤상의 또 다른 대표작 'Large Glass' 판화버전 및 '자동기술법'에서 발전한 호안 미로의 추상 작품을 볼 수 있다. (화투장 그림필 나는 호안 미로 작품 은근 맘에 든다 ㅋ)
여기서 잠깐, 위의 2번 다다와 초현실주의에서 서정이 느껴지는가? 샤갈 작품 석 점으로 이뤄진 1번 Zoning만으로 '샤갈과 에콜 드 파리의 서정'이란 테마를 붙이기엔 빈약해 보여서일까? 파리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다와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함께 묶은 듯한데 억지스럽다.
이제 마지막 테마인 '전후의 세계 미술'이다. 개인적으로 이 곳 작품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역시 난 '꿈보다 해몽'이 좋은 현대미술이 적성에 맞는가보다.
1. Europe(유럽): 2차대전 후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로 채워져 있는 공간인데, 2차원의 평면성을 극복하기 위해 캔버스 표면에 예리한 칼집을 남긴 공간주의 화가 루치오 폰타나(너무 성의없으시다 ㅋ), 어린아이들의 낙서같은 작품이나 지적장애인 등의 작품에서 가장 순수한 크리에이티브의 가능성을 발견한 드뷔페, 그로테스크하기 그지 없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들이 눈에 띈다.
*위 마지막 사진은 실제 전시된 베이컨 작품 아님. 그냥 참고이미지일 뿐... 어쨌든 뽕맞은 것처럼 몽롱헤벌레 간지
2. Abstract Expressionism(추상표현주의): 잭슨 플록과 함께 미국 미술의 부상에 기여한 추상표현주의 작가 쿠닝 등의 작품이 있었다는데 생각이 잘 안나는 거 보니 임팩트 없는 Zone인 듯...
3. Pop Art(팝아트): 앤디워홀의 대표작 마를린 먼로, 망점을 활용한 리히텐슈타인의 멋진 작품(이름 모름 ㅡㅡ), 상표나 표지판을 표현대상으로 삼은 로버트 인디애나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멋진걸~
로버트 인디애나를 모르신다고? 아래 작품을 보면 '아, 이거!' 할거다. 금번에 전시된 작품은 이름을 몰라 패스...
전시관 1층은 여기까지다. 2층 전체는 헤수스 소토를 필두로 한 베네수엘라 추상미술 작품들이 특별전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시각적 착각을 일으키는 옵아트나 모빌류의 흔들거리는 키네틱 아트 작품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는데 보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그 중 가장 맘에 든 소토의 작품 하나. 무수히 많은 T자형 철사를 가로세로로 촘촘히 세워 만든 작품인데 실제로 작품앞에서서 시선을 좌우상하로 움직이면 환상적인 시각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모빌처럼 작품 자체가 움직이지 않고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 자체를 스스로 춤추듯 상하좌우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지금까지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전'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봤다.
그런데 여전히 세 개의 테마가 찜찜해 보인다. 먼저'샤갈과 에콜 드 파리의 서정'이란 테마에 '다다와 초현실주의' Zone이 들어간 게 억지스럽다. 더구나 마지막 테마인 '전후의 세계 미술'은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란 전체 컨셉과도 동떨어진 보인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차라리 첫 번째 테마인 '피카소와 그 전후'가 그냥 전체 컨셉이었으면 어땠을까?
Pre and Post Picasso, 즉 피카소에게 영감을 준, 그리고 피카소에게 영감을 받은 '피카소 전후'란 컨셉 밑으로 '인상주의에서 팝아트까지 그저 그런 작품들의 백화점식 나열'이란 팩트가 멋드러지게 엮여지지 않는가? 이런 편년체식 컨셉에 옵아트/키네틱아트 위주로 선별된 베네수엘라 추상미술 특별전까지도 자연스럽게 묶여지는 듯한데...(모든 현대미술은 피카소로 통한다라는 거)
상대적으로 부실한 여러 거장의 잡탕찌개식 작품들+듣보잡 베네수엘라 작품까지도 피카소 한 명으로 아우를 수 있는데 왜 전시회명엔 생뚱맞게 샤갈까지 등장했을까?
그건 아마도 흥행이 쉽지 않은 제주라는 어려운 전시 환경을 극복하려는 큐레이터의 고육책일거다.
김춘수의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이란 시까지 있을 정도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최고의 화가가 샤갈 할아버지 아니던가!
전시컨셉과 맞지 않는 샤갈까지 흥행을 위한 바람잡이로 앞세운 큐레이터의 꼼수가 보이긴 하지만, 뭐 이렇게라도 이 곳 제주에서 샤갈을 만나게 해주었으니 얼마든 봐줄련다. ㅋㅋㅋ
아, 노가다로 살다 간만에 교양있게 하루를 보냈더니 행복하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이런 훌륭한 전시회를 열어 준 제주도립미술관 관계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커버사진 : 세화리 제주돌집 탱자싸롱의 자쿠시 독채탐라 야외테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