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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삭한 주노씨 Sep 27. 2016

간헐적 백수를 꿈꾸며

 월급쟁이 vs. 자영업자

월급쟁이가 행복할까? 자영업자가 행복할까?


멍청한 질문이란 거 안다. 16년을 월급쟁이로 있다 자영업자 4년차인 내 경험에 비춰봐도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다. 일단 얼마를 버는가는 재쳐 두자.

시간을 내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단 측면에선 자영업자가 좋아 보이다가도 안정적인 자금 계획이 가능하고 휴일이나 휴가 시 만큼은  잠시나마 온전하게 '레드썬' 할 수 있단 점에선 월급쟁이가 더 좋아보인다. 막상 자영업자를 해보니 폐업을 하지 않는 한 완전한 해방감을 갖는다는 게 매우 어렵다. 문을 닫고 보름 이상의 여행을 가보려 해봐도 행여 그 사이 여행객들로터 잊혀진 민박집이 될까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이 곳 제주에서의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을 때도 완전한 백수였던 처음 4개월, 탐험가 정신으로 제주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여행자 모드로 살았을 때다. 아는 사람 없는 낯선 곳에서 오롯이 혼자된 느낌을 가질 때 잡념이 아닌 좋은 글의 재료가 될 만한 생각들이 많아 진다.

올해 4월말 탱자싸롱을 다른 사람에게 잠시 맡기고 새로운 민박집 살롱드탱자를 연 7월말까지도 백수였지만 건물 신축이라는 할 일이 있었기에 백수라 할 수 없다. 진정한 백수는 직업은 물론 할 일도 없는 상태여야 한다. 두 세 달 먹고 살 최소한의 돈은 있단 전제 하에, 가까운 미래 수입에 대한 현재의 불안감만 컨트롤 할 수만 있다면 비로소 가장 바람직한 백수의 정신상태로 진입한다. 평소에 익숙했던 것도 낯설게 느껴지면서 지적활동에 대한 갈망이 일어난다. 자연스럽게 아무 글이나 끄적이는 일이 잦아지다 보면 스스로도 만족스런 결과물이 나오곤 한다.


요즘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중남미 100일간의 배낭여행 그리고 단편소설 한 편 쓰기. 3년내 몇 달간의 백수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앞으로 몇 년간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열심히 일한 자, 백수를 누리리라!


*커버사진-제주돌집 탱자싸롱 자쿠시 독채탐라의 널찍한 야외 온수 자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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