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의 업(業=Karma)
민박업 신고필증과 사업자등록증이 나왔다. 약 백일만에 백수에서 다시 숙박업자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현실은 이제 녹녹치 않다. 극성수기인 8월임에도 예약상황이 황량하기만 하다.
가격 책정을 너무 높게 했나?
3년전 숙박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절실함이 없어서인가?
트래픽이 많은 탱자싸롱 떠나 전혀 알려지지 않은 블로그에 새로 둥지를 틀어서인가?
시설은 확실히 고급스러워졌지만 주인장과 또는 게스트 간의 소통이 없어서인가?
역시 내가 잘하는 건 방을 파는 게 아니라 나를 파는 일인가?
이럴 줄 알았음 탱자싸롱 게하를 계속 운영하면서 고급 객실이 추가된 컨셉으로 갔어야 더 좋았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정말 지긋지긋한 지난 몇 달이었다. 신축건물 완공은 백일이 넘게 지연되고, 시공사의 말도 안되는 공사 실수와 자재 주문 실수를 당연시 해야 했고, 밑빠진 독에 물 붓듯 추가 비용들이 발생했다. 스마트하게 제대로 일처리를 하지 못하신 시공사 사장님 역시 금전적으로 가장 많이 피해를 보시면서 늘 그렇 듯 건축주와 관계가 소원해졌다.
페인트 보강 작업만 손수 보름은 한 것 같고, 전기를 연결해 처음 튼 에어컨에선 물이 줄줄 벽을 타고 흘러내리며 내 뚜껑을 열리게 했다.
읍사무소의 건축승인 담당자의 교체로 준공은 예상보다 열흘이나 지체되었고 매트리스 배송지연으로 내 방 침대를 차 지붕에 실어날라 몇 주간을 침대 없이 바닥에서 지내기도 했다. 집(=사택)에 있는 책과 예쁜 소품들 역시 민박집으로 옮겨져 내 방 안이 텅 비었다.
하자보수의 무한반복+열악한 사택 주거환경은=숙박업의 업(=Karma)인가보다.
조금씩 더럽혀 지고 망가져 가는 내 집(=사업장=민박집) 보는 것이 고역이 되어간다. 업장소멸을 하기 위해서라도 평생 전세집에 살며 임대로 숙박업을 하리라. 남의 집에 얹혀 살면 이런 스트레스도 없을 테니...
정말 푸닥거리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안풀려도 일이 너무 안풀렸지만, 어느덧 시간은 흘러 그런 기억조차 희미해져 간다. 일단 한 두 달 맘 편히 먹고 시행착오를 즐겨야겠다.
나무 관세음보살~
*커버 사진 : 부티크 제주민박 '살롱 드 탱자'의 로고와 근처 세화해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