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손님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 두 개가 있다.
'왜 제주로 내려오셨어요?' 와 '그래서 지금 행복하신가요?' 다.
제주로 내려 온 이유는 늘 같은 답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게 되지만 '행복하냐'라는 질문엔 그때그때 다른 대답을 하게 된다.
변화무쌍한 제주 날씨처럼 불안정한 인간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제주에 내려 온 많은 이주민들이 제주에 대한 좋은 면을 글로 쓴다. '느림의 미학', '자연과의 합일', '인생 2막', '돈보다 가치있는 삶' 등이 대개 그런 글의 주제다. 글이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다보니 자신의 처지나 상태를 가급적 남들에게 근사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 나 역시 그랬었고, 그땐 정말 그랬으니까.
그러다 보니 제주 관련 서적들도 하나같이 찬양 일색이다. 하긴 염세적 제주 서적을 누가 읽고 싶어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에 내려 온 이들 중 분명 나같은 놈도 있을테고, 유독 나만 예민한 사람이 아닐 거라 믿고 싶기에, 낭만적/탐미적 사조에서 자연주의/사실주의 사조로 변절을 해보려 한다.
제주살이를 근사하게만 보여주는 것이 제주바라기들에게 궁극적으로 득보다 실이기에,
오만가지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스스로도 제주에서 오래 살아갈 수 있는 길이기에,
성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남는 사람이 결국 승리하는 일이기에,
그래봤자 제주고 그래도 제주임을 알기에...
*커버 사진 : 억새가 만개한 늦가을 아끈 다랑쉬 오름에서 우러러 본 다랑쉬 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