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사업을 그만두고 회사원이 되겠다고?
나는 평범하게 전문대를 졸업하고 1년간 일본에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사회복지사는 나의 적성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귀국 후 할 일이 없던 나는 부모님과 함께 장사를 시작했다.
장사도 적성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돈만 많이 벌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해낼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며 또래 회사원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수입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목적 없이 돈을 벌다 보니, 2-3년 차에 들어서며 슬슬 마음과 몸이 지쳐갔고 2020년 10월 나는 장사를 포기하고 백수를 선택했다.
나는 만년 백수가 될 수는 없는 상황. 하지만 나이는 30대가 되어가고, 하고 싶은 것, 할 줄 아는 것 또한 없었다. 장사를 갑작스럽게 관두다 보니, 당장 내가 무엇을 하며 먹고살지가 걱정이었다.
어느 날 친구들과 얘기하던 중, it직종에서 일하는 디자이너, 퍼블리셔 친구들이 나에게 ‘장사하면서 손님이나 본사랑 소통도 많이 했을 거고, 이리저리 너의 매장만을 위한 전략도 기획하고 성과도 만들어 냈었으니까 기획자를 해봐! 잘할 것 같은데?’라는 말을 건넸다. 진심이었는지는 물어봐야 알겠지만, 직업을 찾고 있던 나는 집에 돌아가 무작정 “기획자”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때 검색으로 나에게 보인 기획자는 아래와 같다.
'나는 기획자가 될 거야!'라고 다짐하고 나서 이걸 본다면 충분히 혼란스러울 것이다(이걸로 1달은 헤맸다).
이미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나의 설명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 IT서비스 분야에 접해 기획자를 찾아보는 분들이라면 아래의 간단한 설명 정도는 읽어보면 앞으로 마주할 직무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은 잡지 않을까 싶다.
A) 인하우스란?
자사의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출시하여 매출을 내는 곳이다. 자사의 서비스를 내세워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A라는 서비스가 있다면 A의 개발 - 출시 - 유지/보수 단계를 넘어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보통의 스타트업(네카라쿠배당토)들이 인하우스다.
B) 에이전시란?
클라이언트(고객)사에 신규, 리뉴얼 등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매출을 내는 곳이다. 자사의 서비스가 있는 곳도 있지만, 보통 A~Z까지 다양한 고객사의 각각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개발 - 출시까지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새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한다.
저렇게 나눠지는 기업의 분류를 보고 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어느 회사에 들어가던 기획자라는 포지션에서 일을 하면 다 똑같은 거 아니야?"
다르다! 맨 위의 인하우스와 에이전시에서 괜히 기획자를 여러 직무로 나눠 놓은 게 아니다. 뿐더러, 에이전시에서 인하우스로 이직 준비를 차근차근 알아보고 있는 중인 난, 기획자에서 기획자로 이직을 하는 것인데도 첫 취업 때와는 다른 포트폴리오 구성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각 기업에서 사용하는 업무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데, 보편화되어 있는 두 가지 방법론을 간단하게 알아보자.
인하우스와 에이전시가 사용하는 보통의 업무 방식을 간단하게 그림으로 표현해봤다. 그러면,
A) Agile(에자일)이란?
그림과 같이 짧고 빠른 주기의 개발 과정을 진행하고, 출시 후에 생기는 이슈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높은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장점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 개발의 과정이 빠르면서 유연함
□ 작업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즉각적인 대처 가능
□ 부서 간 적극적인 상호작용, 소통, 협력이 가능
B) Waterfall(워터폴)이란?
에자일과 반대로 하나의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시작부터 끝 모든 과정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업무를 진행한다. 때문에 팀의 규모와 프로젝트의 난이도의 변수에 있어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장점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 프로젝트의 진행에 형식적인 순서가 있어 프로젝트의 난이도가 높아도 진행이 수월
□ 프로젝트의 필요 예산 및 자원이 확정되어 있어 예상 결과 수립 및 리스크 통제가 가능
□ 기획/디자인/퍼블/개발 업무의 주기가 정해져 있어 프로젝트 진행 중 이슈 관리가 쉬움
위 3가지 내용을 왜 설명했냐면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을 때
1. 회사에서 어떤 기획자를 구하는지도 모르고
2. 회사가 어떤 가치를 내세워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도 모르고
3. 회사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면
면접은 물론이거니와 서류에서부터 탈락할 확률이 높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대략 40~50곳에 지원서를 넣었고 면접 제의는 단 7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떨어진 곳이 왜 떨어졌는지도 모르는 게 태반이고, 그 이유를 그때 알았더라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실력 있는 기획자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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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취준생 시절 굉장히 게을러서 널려있는 정보도 얻지 못했는데 여러분들은 이렇게 간단하게라도 정리하고 나서 취업을 준비한다면 '내가 인하우스와 에이전시 중 어떤 회사에 잘 맞을지, 회사의 어떤 업무 방식이 내 역량을 더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을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는 어떤 기획자를 향해 첫 발걸음을 내딛을 것인지' 정도는 답을 낼 수 있을 것이고, 채용공고를 본 후 지원서를 넣을 때 자신감이 더 올라가 있을 것이다.
서론에 이어서 나는 그렇게 기획자가 되기로 결심했고(이 때는 어떤 기획자가 되고 싶은지 정하지 못한 상태), 본격적으로 취준생으로서 공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 나는 지금 웹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지만 인하우스의 서비스 기획자가 되고 싶은 1년 차 신입 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