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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준 May 06. 2023

미성년자 비대면 계좌개설에 대한 기획자의 생각

부모의 미성년자 비대면 계좌개설이 가능해진다면?

드디어 풀린 미성년 자녀의 계좌 개설
금융사의 열띤 고객 유치 마케팅

2023년 4월 10일 금융위에서는 '법정대리권을 가진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을 개편했습니다. 이에 따라 계좌 개설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많은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미성년자 계좌 개설 관련 마케팅을 시작하고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부모의 미성년 자녀 비대면 계좌 개설'의 특징과 서비스가 미칠 영향을 기획자의 관점으로 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점에 방문하지 않아도, 핸드폰 앱에서 간편하게

여럿 보이는 예전 자녀 계좌 개설 후기


온라인 vs 오프라인 계좌 개설

BEFORE

해당 제도에 대해 개편이 이루어지기 전 부모의 미성년 자녀 계좌 개설 절차는 반드시 지점에 방문하여 진행했어야 했는데요, 절차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1. 3개월 이내 발급한 증명 서류 준비(가족관계증명서 등)
2. 자녀 명의 도장 준비
3. 은행 방문하여 계좌 개설
4. 앱 연동

크게 네 단계로 나눴기 때문에 간단해 보이지만, 이 글을 보고 계신 독자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내용입니다. 서류를 준비하고 기관에 방문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니까요. 심지어 위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계좌를 개설하고 앱과 연동하기 위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NOW

이처럼 대부분이 직장에 다녀 지점에 방문할 시간도, 필요한 서류를 준비할 시간도 빠듯한 부모들이 아이의 계좌를 개설하려면 연차를 내야만 했고,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앱에서 서류 제출을 포함한 계좌 개설이 가능해졌어요.

1. 서류 준비(서비스 제공 기업에 따라 종이, 전자 서류 준비)
2. 앱에서 계좌 개설


Why

서류 준비를 제외한 모든 단계를 앱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서비스가 핫한 이유를 알 수 있을 텐데요, 왜 서류 준비는 제외했을까요? 기업마다 서류를 심사하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과정을 경험하면서 든 생각들을 대표적으로 두 절차의 예를 들어 적어봤습니다.



휴가를 내거나 시간을 빠듯하게 써야만 가능했던 까다로운 계좌 개설 절차가 주요 pain point였다면, 분명히 해결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앞서 보신 비대면 계좌 개설 절차를 봤을 때 서류 제출 및 심사 과정에서 새로운 pain point가 발생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번 찾아봅시다.

 

1. 서류를 촬영하여 제출하는 프로세스

직접 발급받은 서류만 제출이 가능한 경우

서류를 촬영하여 제출해야 한다면 보통 주민센터에 방문하여 종이 서류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금융사에서는 서류 제출 유의사항으로 모바일 캡처본이나 모니터 촬영본은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결국 고객은 주민센터에 방문하기 위해 처음의 pain point를 다시 겪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서류 촬영으로 진행되는 프로세스는 지점 방문 계좌 개설과 별다른 차이가 없지 않나 싶은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점에 방문하려는 날 당일에 서류를 발급받아 바로 진행하게 되거든요.


2. '정부24' 앱으로 제출하는 경우

앱에서 이탈해야 하는 경우

많은 공공기관 업무들이 IT화 되면서 출시한 '정부24'앱의 전자지갑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고객은 '정부24'앱을 깔아 문서열람용번호를 발급받고, 이 번호를 입력하여 제출하게 되는데요. 물론, 이 과정 또한 길고 지루하게 느낄 수 있으나, 앞서 설명했던 서류 촬영 방법과 비교한다면 훨씬 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정부24'앱과 전자지갑 서비스를 처음 이용하는 고객들이 비대면 계좌 개설 내 일련의 과정인 서류 제출 단계에서 헤매지 않도록 충분한 가이드를 제공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자유경쟁시장에서의 충성고객 확보

기존 과점체제의 중심이었던 대기업 금융사에 맞서 토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을 비롯하여 다양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생겨났습니다. 더불어 법의 잇따른 완화로 금융이 고객에게 가까워지면서 시장은 자유경쟁체제로 바뀌어가고도 있어요. 이런 무한의 경쟁 속 기업들은 잠재고객을 충성고객으로 전환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계좌를 비대면으로 개설했을 때 기업과 고객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이며, 어떻게 충성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걸까요?


충성고객 = 주거래은행

1. 주거래은행이란?

"어떤 기업의 거래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융자하여 주고 자본 관계뿐만 아니라 인적, 정보적으로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은행"

위는 주거래은행의 사전적 의미인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거래은행으로 1~2곳을 두고 있습니다. 최초 가입 절차도 까다롭고, 경쟁 서비스 간 변별력 또한 크지 않아 사람들은 한 번 만든 주거래은행을 쉽게 바꾸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계좌를 최초로 개설하고 첫 거래를 문제없이 시작한다면 주거래은행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즉, 최초로 유입된 고객에 Lock - in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2. 매출과 서비스 이용의 기본

대부분의 은행과 증권사 앱 설치 후 필수로 해야 하는 절차가 계좌 개설입니다. 로그인이 아닌가 할 정도로 주요한 단계인데요, 일부 앱에서는 계좌 개설을 하지 않으면 다른 화면에 진입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요.

계좌 개설이 끝난 고객은 대출, 보험, 자산관리, 투자 등의 수많은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의 이런 제품 사용은 매출과 귀결되기 때문에 '계좌 개설'이라는 허들은 상당히 중요한 지표로 볼 수밖에 없어요. 기존에 대면으로만 가능했던 미성년자의 계좌 개설로 인해 미성년 잠재고객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도 안 갑니다.


3. 충성고객으로의 전환

최초 사용 경험이 까다로운 금융 업무는 최초 고객으로 전환될 경우 충성고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또한, 미성년자는 보통 부모의 주거래은행을 따라 첫 금융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를 미루어 봤을 때 '부모의 미성년 자녀 비대면 계좌 개설'은 부모 - 자식 간의 특성을 활용해 고객 선점 및 확보한 고객의 충성고객 전환율을 높일 수 있겠습니다. 결국 CAC는 상대적으로 적게 들 것이며, 기간에 따른 LTV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큰 이슈가 없다면 CAC < LTV라는 이상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솔아, 아빠가 삼전이랑 카카오도 사놨어

예솔아

잠재고객 확보를 넘어 충성고객으로의 전환까지 노리기 위해 지나야 할 큰 산을 넘었습니다. 산을 넘고 보이는 것들을 비즈니스 및 서비스 관점에서 두 가지 생각해 봤는데요, 바로 증여세와 자산 관리에 대한 내용입니다.

 

1. 증여재산공제를 활용한 절세 효과


증여재산공제의 한도

현행 세법에서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세 없이 주식을 증여할 수 있는 상한선을 10년간 20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어요. 따라서 1살부터 10살까지 2000만 원어치 주식을 사주고, 10살부터 20살까지 2000만 원을 추가로 매입해 주면 총 4000만 원까지만 증여세 없이 주식 선물이 가능합니다.(매수한 주식의 시세차익과 배당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아요.)
더불어 만 19세 이상 성년 자녀의 경우 비과세 한도는 10년간 5000만 원인데. 대략 자녀가 30살이 될 때까지 9000만 원을 증여세 없이 물려줄 수 있다는 말이에요. 요약하자면, '자녀의 계좌 개설에 대한 허들이 낮아짐으로써 많은 부모가 자녀의 계좌를 활용해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입니다.


2. 미리 준비하는 아이의 자산 관리


케이뱅크의 챌린지박스 상품

몇 년 전의 코인 열풍부터 최근 2차 전지 및 폐배터리 종목의 급등을 보면 우리나라 투자 시장은 하이리스크 - 하이리턴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수익의 변동폭이 커 위험성이 높아 투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줄 수 있죠.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목표 달성 투자(GBI, Goal Based Investing), 적립식 투자 등 꾸준함에 기반한 안정적인 상품들을 출시했고, 짧게는 몇 달부터 길게는 30년까지 가입할 수 있는 이 상품들은 훗날 아이들의 자산을 마련하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또한, 부모의 앱에서 아이의 계좌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면 투자를 포함한 모든 금융 활동(용돈, 소비습관 확인)들이 더 쉬워질 수 있을 겁니다.(하지만, 이 부분은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ㅠ)


이 밖에도 정말 많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사 및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이후 행보를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올 하반기에 토스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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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제가 핀테크 스타트업의 기획자로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있어요.

1. 아직도 대기업 금융계열사와 핀테크 스타트업의 치열한 경쟁 중이며, 이 경쟁은 고객의 편의로 이어질 것이다.
2. 핀테크와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법 규제의 간극은 언제쯤 좁혀질 수 있을까?

위 두 개의 생각을 종합하여 대기업과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치열한 경쟁과 규제 완화가 아직 불모지인 금융 서비스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나올지 항상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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