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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준 Jul 07. 2024

데이터에 기반하여 서비스를 개선하기

이직한 회사에서의 첫 프로젝트

개선 요청이 왔다

운영 중인 서비스의 플로우 개선에 대한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근거는 이랬어요.

윗 분의 지시로
그리고, 온/오프라인 조사 진행의 결과로(신청 절차가 복잡함, 서비스가 있는 줄 몰랐음)

IT에서 제품을 담당하고 있다면 물음표가 최소 3개는 나올 법한 근거일 거예요. '위에서 지시하면 무조건 해야 하나?', '어디가 복잡하고, 얼마나 그렇게 느꼈는데?' 등 근거를 뒷받침할 만한 내용이 없고, 두루뭉술한 배경에 비해 목표는 '월 신청 건 수 00건'으로 구체적이었어요. 이렇게 목표는 명확하지만 그 배경이 부실한 경우, 목표까지 삥 돌아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더 명확한 문제를 찾아야만 했어요.(다행히도 두 번째 근거에서 "유저가 불편해하고 있구나" 정도는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사용자의 문제 인지를 첫 단추로 데이터에 기반하여 제품을 개선했던 과정을 남겨보겠습니다.(다소 수직적인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의미한 개선을 목표로 진행했던 저의 경험과 이상을 담았습니다)



유저의 흔적에서 문제를 발견

신청 절차가 복잡하다는 문제를 발견했지만, 어떤 단계에서 그렇게 느낀 건지에 대해 들여다봐야 했어요.

앞서 근거로 활용한 조사를 진행했을 때 구체적인 질문을 했다면 보다 적확한 답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고, 내부 일정상 다시 진행하기엔 리스크가 있었어요. 그래서 DA툴에서 크게 두 가지 데이터를 들여다봤습니다.

1. 신청 단계의 단계별 퍼널(완료/이탈)
2. 이탈이 높았던 퍼널의 유저 액션(영역별 클릭)


신청 단계의 단계별 퍼널

현재 서비스의 주요 플로우에 대해 단계별 완료/이탈률을 확인했고, 문제를 정의했어요.

신청 서비스 전환율

문제 1 : 메인 화면에서 [신청하기]를 시작하지 않는다.(이탈률 65%)

문제 2 : 약관 동의를 하지 않는다.(이탈률 79%)

문제 3 : 무언가 입력을 해야 하는 단계에서 포기한다.(신청/납부/계약서 등록(입력) 이탈률 평균 50%)


이탈이 높았던 퍼널의 유저 액션

각 문제별 해결 방안을 가설로 세우기 전, 좀 더 적확한 가설 수립을 위해 문제의 화면 내 유저 액션을 트래킹 했고, 그 결과에 따라 문제를 자세하게 정의했어요.(, 인입된 CS를 분석하고 운영팀과의 미팅으로 실제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경험한 문제와 매칭되는지 검증했습니다)

1. 메인 화면에서 [신청하기]를 시작하지 않는 이유

ㄴ 메인 화면에서 서비스 소개(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리서치 결과 : 서비스 인지 부족 | 유저 세션 | 진입 후 바로 이탈하는 수)


2. 약관 동의를 하지 않는 이유

ㄴ 약관 동의 단계를 full page로 제공, 약관 체크 필수(화면 진입 유저 < 아무 액션을 하지 않고 나간 유저 | 이탈 유저 세션 평균 10초)


3. 무언가 입력을 해야 하는 단계에서 포기하는 이유

ㄴ 너무 많은 필수 정보 입력필드, 전월세(임대차) 계약서가 있어야 입력이 가능한 정보들이 대부분이다.(각 정보 입력 단계에서의 이탈률 대부분은 입력 필드를 누르고 난 후 이탈 | 계약서 필요한 단계에서는 대부분 바로 이탈)


이렇게 데이터에 기반하여 정의된 문제는 인입된 CS와 운영팀과의 미팅을 통해 사용자 관점에서 점점 좁혀 날카롭게 가공해 나갔습니다.



가설, 목표, 구현, 검증 Let's go

정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설 수립, 목표 달성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지표 설정, 구현을 위한 PRD를 작성, 배포 후 성과 측정까지 쭉 이어나갔어요.


가설

앞서 정의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 가설에 따라 PRD에 주요 기능을 작성했어요. PRD는 '1 Pager' 양식을 사용했고, 각 구현 담당자(디자이너, 개발자)들이 주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은 지양했습니다.(ex : 화면설계서처럼 UI가 확정되어 나오는 수준)


문제 1

가설 : 메인 화면에서 서비스 신청 시 얻을 수 있는 혜택이나 차별점을 직관적으로 보여주자.

Action items

- 서비스 소개 시 수치화할 수 있는 내용은 숫자로 표현(ex : 결제일, 할인율, 수수료 등)

- 신청하기 버튼의 레벨을 상향(ex : Text banner > Primary CTA)

 

문제 2

가설 : 약관 동의 단계 진입 시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돋보이게 제공한다면, 오래 머물거나 이탈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갈 것이다.

Action items

- 약관 동의 화면의 레벨을 다운(ex : Full page > modal Pop-up)

- 약관 동의 체크 플로우 개선(ex : 약관 동의 체크 후 '다음' 버튼으로 두 번에 걸친 액션 > Primary CTA 사용하여 처리)

약관 동의의 경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제공하는 가이드와 실제 사용자의 분쟁 내용 간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Legal issue 검토 및 충분한 팀 내 협의 후 결정해야 합니다.


문제 3

가설 : 정보 입력 단계를 간소화한다면, 신청 중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료할 것이다.

Action items

- 한 화면 내 많은 입력필드를 간편하게 입력할 수 있도록 개선(ex : 테슬러의 법칙을 활용한 Data Auto fill, Input field Auto focus 기능 추가)

- 유저가 간단한 단계를 먼저 경험할 수 있도록 플로우를 개선(ex : 피크엔드 법칙을 활용한 단계별 Ux writing 및 이벤트를 제공하여 피로도를 덜어줌)

- 동시에 신청 당시 생략할 수 있는 단계는 과감하게 뺄 수 있도록 구현(ex : 계약서 사진을 첨부하는 과정은 신청 후 진행해도 되기 때문에, 나중에 등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


목표

서비스 신청 완료 건 수를 높이자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유저가 서비스 신청을 많이 하는 거였어요.

따라서 집중해야 할 핵심 지표 또한 서비스 신청 완료 전환율로 잡았습니다.

월평균 50건에서 월평균 100건으로(기간 중 신청 후 해지한 수는 제외)

핵심 지표와 더불어 함께 봐야 할 지표로는 아래와 같이 정의했어요.

보조 지표

- 서비스 메인 화면을 포함한 각 단계별 PV 대비 CTR

- 총매출 중 해당 서비스 매출의 비율


가드레일 지표

- 신청 완료 후 해지한 고객의 수

- 신청 완료 고객의 Stickiness / User session


구현

이전에는 서비스기획자로서 UI UX 설계에 집중했었는데, 이직한 회사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있었기 때문에 설계보다는 비즈니스 가치 and 사용자 가치 둘 다 잡아낼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PRD를 작성할 때도 기존의 요구사항이나 화면설계서처럼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지 않고, 해결 방안과 Action item을 기반으로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단, 구현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방법을 데일리로 공유하고, 설계 너머 운영이나 법무적인 관점에서 이슈는 없는지 확인하며 F/U 해나갔습니다.


검증

문제를 명확히 하고, 모두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비교적 빠르게 구현되었고, 곧 배포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운영팀에게 위 내용을 공유하여 개선된 서비스 관련 인입된 CS를 2주마다 함께 논의하기로 했고, DA 툴에 검증할 수 있는 차트를 세팅해 놨습니다.

개선된 서비스를 유저가 사용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일/주/월 단위로 검증 지표들을 트래킹 하고, 발생하는 이슈에 대응하며 지금처럼 또 다른 다음을 위해 준비하려 합니다.

(As-is 대비 To-be 가 어떤 임팩트를 냈는지는 3개월 정도 뒤에 정리하여 글을 써 공유할 예정입니다)




이직 후 2달이 지난 지금에야 여유가 생겨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브런치를 들어와 보니 마지막으로 쓴 글이 벌써 1년이 다 되었더라고요... 글을 쓴 김에 예전에 썼던 글들을 가볍게 읽어봤습니다. 아직도 보면 웃음이 날 정도로 허접한 글임에도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일을 받아서 하던 예전과 달리 일을 찾아서 하고 있는 요즘,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작은 마음이 느껴져 다행이네요. 아쉽지만 이상을 좇아 쓴 이 글도 나중에 보면 마찬가지로 부족함 가득한 글이겠지만, 단 한 명이라도 제 글을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행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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