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웹툰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져와 스크린에 세웠다. '롱 리브 더 킹'은 조직폭력배 보스가 한 여자에게 감화돼 국회의원이 되는, 다소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다룬다. '21세기에 깡패가 국회의원이 된다는 게 말이 돼?'라는 의문에, 영화는 케케묵은 진정성 카드를 꺼내 든다. 원래 순수하고 선한 인물이 깡패가 되었던 것이고 그리 나쁜 일을 저지르진 않았다는 식으로 관객을 설득시키려 한다.
개연성은 이야기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개연성이라는 잣대만 들이대도 이야기의 질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개연성에 절대적인 평가 기준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영화가 제시하는 세계에서 충분히 그럴 법 하다면, 좀 황당무계하더라도 개연성이 없다고 폄하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롱 리브 더 킹'은 최소한의 개연성은 갖고 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일련의 사건들이 인과관계없이 진행되진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핍진성이다. 이 이야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라, 주인공이 좀 순진할 수도 있다고 믿는 너그러운 관객까지 당황시킨다. '목포를 주름잡던 조폭이 우연히 만난 강단 있는 여자 변호사에게 반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사람이 된다, 그리고 정치판에 뛰어든다'는 일련의 이야기에는, 지나치게 과한 비약과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난무한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말이 되게 만들기 위해 영화가 선택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버스 추락 장면인데, 이를 조폭이었던 과거에 대한 재평가 계기 정도가 아니라, 곧바로 구국의 영웅 대접을 받는 식으로 활용한다. (대한민국의 '냄비 근성'이 이 정도 수준이라고 얘기하는 블랙 코미디라면 이해가 가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이 이야기는 마치 내가 사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다른 평행세계에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것만 같다.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은 어떤 포인트가 이야기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지 확실히 알고 있는 연출자였다. 하지만 '롱 리브 더 킹'에는 마동석도 없고 장첸도 없다. 황당한 설정들이 도가 지나친 나머지, 이상주의자가 만든 한국 조폭 영화가 되고 말았다. 솔직히 이 영화가 한때 대한민국을 주름잡았던 조폭 영화들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조폭을 대놓고 미화하진 않았을지 모르지만, 현실성이 없기는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