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Underground, 2019
'6 언더그라운드'는 어떤 식으로든 마이클 베이 영화에서 취할 수 있는 최대치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
마이클 베이는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노하우를 쏟아내겠다는 것처럼 영화의 장면 장면을 세공했다. 카 체이싱, 총격전과 파쿠르를 결합한 오프닝 시퀀스부터 갖가지 장치와 설정을 활용한 후반부 액션 시퀀스까지, 마이클 베이의 인장이 찍히지 않은 곳이 없다.
말하자면, '6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호불호는 마이클 베이 스타일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에 달려 있다. 이 요란한 호들갑을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공허한 이미지의 나열로 보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어쨌든 분명한 건 이런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건 욕심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무턱대고 비난하는 건, 누군가의 다른 취향을 무시하는 처사일 수 있다.
'6 언더그라운드'는 마이클 베이 스타일(Bayhem)의 극단을 경험하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될 수 있다. ('나쁜 녀석들' 최신작은 마이클 베이가 아닌 다른 감독들에게 메가폰을 맡겼는데, 그럭저럭 괜찮은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그의 스타일이 사라져 좀 아쉽다)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와 그 전달 방식에 있어서는 언제나 그렇듯 아쉬움이 남는다. 화면에 공들인 만큼 개연성도 챙겼어야 했고, 무엇보다 '황야의 7인(혹은 그 리메이크작인 '매그니피센트 7(2016)') 같은 캐릭터 무비를 만들려는 것이었다면, 서브플롯에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다.
아닌 게 아니라, '6 언더그라운드'는 가장 세련된 최신식 액션으로 중무장한 서부극처럼 보인다. 자신들과 상관없는 마을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카우보이들처럼, '6 언더그라운드'의 인물들은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의 독재자를 몰아내겠다며 쉴 새 없이 총질을 한다.
하지만 총질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서사에도 더 많은 구멍이 생긴다. 각 인물의 과거에도 제법 귀를 기울이지만 설득력 있는 동인(動因)은 제시하지 못한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맡은 억만장자 캐릭터는 난민캠프에서의 학살을 목격한 것만으로 이 국제적인 자경 활동을 시작한다. 스파이, 킬러, 도둑, 의사, 델타포스 중 일부는 아주 얇은 전사(前事)를 부여받는데(나머지 일부는 그마저도 없다), 어느 누구도 이 일에 참여할 당위성을 갖고 있지 않다.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죽음을 위장하고 유령(ghost)들이 된다는 설정 역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인물의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캐릭터 구축이 성공할 리 없다. 모든 인물들이 이미지 상으로는 멋지지만 내적으로는 어우러지지 못하고 내내 겉돈다. 억지로 인물들 간의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보려 하지만, 껍질만 있는 캐릭터들이 만드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울 리 없다. '데드풀'의 입담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라이언 레이놀즈의 가벼움도 자못 비장한 쿠데타 과정과 계속 불협화음을 낸다.
결과적으로 '6 언더그라운드'는 공들인 3~4개 정도의 액션 시퀀스를 온전히 즐기는 데만 집중해야 하는 영화다. 어차피 이 영화에서 스토리는 그 시퀀스들의 이미지를 받쳐주고 이어붙여주는 역할일 뿐이다. 동기나 이유 따위는 최대한 빠르게 넘어가고 나머지는 이미지에 맡겨 버리는 것이다.
휘발해버리는 이미지 속에서 이야기도 함께 휘발해 버리지만, 관객은 그저 흥청망청 소비하면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