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sman: The Golden Circle, 2017
1편에 비해 한참 모자란 속편. 기대가 컸던 만큼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기존 스파이 영화의 문법을 비틀고 다양한 대중문화 코드를 차용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았던 1편과 달리, '골든 서클'은 전작의 설정을 답습하는 데 급급하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정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소동극으로 끝나버렸다.
전작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미래가 없는 청년 에그시가 세계 최고의 스파이로 거듭나는 성장 플롯이었다. 이번 영화에는 이를 대체할 중심 플롯이 없다. 스웨덴 공주와의 로맨스 끝에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전편 설정에서 파생된 에피소드일 뿐 이야기의 주요한 줄기로 보기 어렵다. 결국 '스테이트맨'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는 게 이 영화의 핵심 플롯이 되어야 하는데, 역시 킹스맨의 설정을 미국 버전으로 옮기는 데 그친다.
'골든 서클'의 자기 복제는 캐릭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세상을 치유하겠다는 과대망상에 빠진 악당, 신체적 장애가 있는 악당 고수, 의외의 순간 드러나는 내부의 적 등 1편에 대응되는 인물이 차례대로 등장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들은 1편의 인물들에 비해 매력이 부족하다. 포피(줄리안 무어 扮)는 발렌타인(새뮤얼 L. 잭슨 扮)에 비해 사상과 논리가 빈약하고, 의수를 단 찰리(에드워드 홀크로프트 扮)는 의족을 단 가젤(소피아 부텔라 扮)에 비해 보여줄 수 있는 액션신의 스펙트럼이 현저히 좁다.
자기 복제라기보다는 패러디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유사한 상황과 대사들이 잘 이어지지 않아 전체 이야기의 흐름이 상당히 억지스럽다. 각 장면은 의도된 키치적 요소라고 변명할 수 있겠으나, 엉성한 전개는 그렇게 포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매너 있는 요원은 사라지고, 매너 있는 척하는 코스프레만 남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