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짧은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seo Aug 19. 2018

저스티스 리그 - 허공에서 싸우는 영웅들

Justice League, 2017

뿌리도 없고 가지도 없는 나무가 덩그러니 놓였다. 쌓여있는 서사가 없는데 있는 것처럼 군다. 각각의 영웅들은 최소한의 서브플롯만 부여받았다. 나머지는 이미지의 몫. 새로운 히어로들이 갖은 폼을 잡아보지만 껍데기에 불과하게 됐다. 예고편은 '짧은 영화'처럼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으나, 정작 영화가 '긴 예고편'처럼 되고 말았다.  


어벤져스의 감독인 조스 웨던이 후반 작업부터 투입돼 주어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해 봉합하려 한 것 같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월드컵이나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보여주는 드라마가 감동을 주는 건, 결승전까지 오는 동안 각 팀의 서사가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스티스 리그'는 지구 최고의 영웅을 모아놓고 바로 결승전을 치른다. 아무리 아닌 척해도 제대로 토너먼트를 치르고 올라오지 않은 이 경기를 결승전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캐릭터의 능력 및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점도 문제다. 누구는 지나치게 힘이 세고, 누구는 예상보다 힘이 약해, 액션의 합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 '결국 슈퍼맨이 다 해결하는 이야기', '악당이 너무 무기력하다' 등의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껏 팀을 억지로 꾸역꾸역 모아놨는데 함께 싸우지도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함께 세상을 구한 것도 아니다. 엄밀보자면, 인간의 얼굴을 한 외계인이 다른 외계 존재로부터 지구를 구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우주적 악에 맞서 싸우는 全 우주적인 투쟁인 것도 아니다. (마블은 이 서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무려 스무 편에 가까운 영화를 지나왔다) 결국 '저스티스 리그'는 인간이 아닌 신적 존재 간의 싸움이 된다. 슈퍼맨이 예수처럼 부활하는 장면에 이르면, 영화 전체가 인간들의 분투라기보다는 신화의 한 장면이 되어 버린다. 


주제의식까지야 필요 없겠지만, 각 캐릭터가 내세우는 가치도 분명치 않다. 그래서 각각의 히어로들의 행동이 개연성 없게 비친다. 이에 반해 MCU의 경우는 인물들의 내적 갈등과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하다. 이는 그들이 빌런에 맞서는 이유이자, 서로 충돌하는 이유가 된다. 말하자면, DC의 히어로들에게는 이런 사명(Mission)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말로는 있는데, 이야기의 전개에는 없으니 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맡은 임무(Mission)가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120분 동안 보고 있는 건 정말 고역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