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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seo Sep 02. 2018

더 포리너 - 가장 사적인 복수

The Foreigner, 2017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 이야기는 많다. 콴(성룡 扮)이 딸을 죽게 한 테러범을 비롯해 그에 책임이 있는 모든 이들을 징벌해 나가는 행보는 다소 과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과잉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는 건, 아버지의 심정이 강력한 동인이 되기 때문이다. 주인공에게 이만큼 극심한 외적, 내적 갈등을 줄 수 있는 설정이 또 있겠는가. 성룡은 주름마다 수심과 회한을 담아낸 얼굴로 이야기에 깊이를 부여한다.


일련의 복수극은 결국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충돌로 귀결된다. 공적인 것들에 의해 가장 사적인 것을 잃은 주인공은, 단순히 가해자를 찾아 처단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인 것들을 차례차례 공격한다. 콴은 정치와 테러는 어느 쪽이든 뱀의 양 끝이라며, 어느 쪽을 잡든지 뱀을 잡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딸의 죽음이 단지 뱀의 이빨 때문만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가 난민, 이민자로 살아온 삶 역시 개인적인 불운 때문이 아님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수와 맞서 싸우는 개인이기에, 콴은 점점 더 외롭게 보인다. 이 점이 영화의 하드보일드 요소를 극대화한다. 성룡 특유의 액션이 극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마틴 캠벨 감독의 연출력 덕분에 과하지 않게 잘 배합되었다. 사족을 달자면, 제목에 맞게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 문제나 정치적인 부분을 좀 더 다루었다면 더 멋진 영화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조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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