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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seo Sep 03. 2018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 영웅들의 교향곡

Avengers: Infinity War, 2018


드디어 이 영화에서 그 수많은 이야기들이 한데 모인다. 마블 유니버스 20여 편에서 쌓고 쌓아온 플롯이 한데 모이고, 지금까지 혼자서, 때로는 몇몇이 모여 지구(혹은 우주)를 지켰던 히어로들이 일생일대의 적과 마주한다. 긴 세월을 지나 이렇게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 그리고 크게 넘치거나 모자란 부분 없이 수십 명의 인물들을 조율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인피니티 워'는 상업영화사에 족적을 남길 만하다.



출연 분량이 보여주듯, '인피니티 워'는 타노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모든 히어로들은 타노스라는 빌런에 맞서 싸우며 자신의 정체성과 철학을 확립하게 된다.

캡틴은 타노스의 멜서스 인구론, 극단적 공리주의의 대척점에 서 있다. 목적을 위해 어떤 수단도 동원할 수 있는 타노스와 달리, 캡틴은 그 어떤 목적을 위해서든 생명을 수단 삼아 거래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시빌 워'에서도 자신의 가치관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정반대의 가치를 신봉하는 빌런을 통해 캡틴은 더욱 돋보이는 존재가 된다.

토니 스타크에게 타노스는 악몽이자 극복해야 할 트라우마다. 역설적으로 존재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어벤저스 첫 편의 뉴욕 사태 이후, 토니는 우주적 존재에 대항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 슈트를 만들고 또 만든다. '아이언맨 3'에서 수십 종의 슈트를 만들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자재로 무기를 만들어내는 나노테크 슈트(Mk.50)를 착용하고도, 타노스의 뺨에 작은 상처 하나 내는데 그칠 뿐이다. 타노스는 토니에게 말 그대로 불가항력의 존재다. 동시에 상당히 닮은 존재이기도 하다. 타노스 역시 지식의 저주에 빠져 고향 행성인 타이탄을 잃었기 때문이다. 아이언맨은 타노스와의 직접적인 대결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지식이 저주였음을 깨닫는다.  

직접적인 복수의 서사는 토르의 몫이다. 토르는 타노스에게 아스가르드 백성들을 잃었고, 헤임달과 로키도 잃었다. 토르에게 있어 타노스는 반드시 쓰러뜨려야 할 존재임과 동시에 잃었던 힘을 되찾게 하는 동력이 된다. 다른 인물들에게도 타노스는 강력한 안티 테제가 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노스로 인해 누구로부터 스톤을 지켜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고, 이미 타노스의 존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 특히 스타로드는 그에게 가모라를 잃고 만다.

말하자면, '인피니티 워'는 영웅 서사의 교향곡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플롯이 마치 각각의 악기처럼 모여 하나의 웅장한 교향곡을 만들어 낸다. 다음 악장에서는 무엇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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