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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seo Sep 14. 2018

월요일이 사라졌다 - 몰개성의 시대에서 자아 찾기

What Happened to Monday?, 2017


인구 과잉으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1가구 1자녀'를 철저하게 감시하는 사회라는 참신한 설정을 영화화했다. 유전자 조작 식품으로 인해 다생아가 늘어나자 산아 제한을 해법으로 내세운 인류는, 한 집에 한 자녀만 낳도록 제한하고 쌍둥이가 태어날 경우 냉동 수면에 들게 한다. 영화 속 사회에서 내세우는 'one earth one child'라는 슬로건은 작품의 세계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나 밖에 없는 지구를 위해 한 아이만 낳아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은 순응하는 자에게나, 반항하는 자에게나 공포가 된다. 그 이념이 무엇이든 'one earth'는 전 세계가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디스토피아가 될 수밖에 없다.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이 냉혹한 세상에 일곱 쌍둥이가 태어나게 한다. 이들의 조부는 한 명만 살도록 나머지를 희생시키지 않는다. 대신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씩 돌아가며 같은 사람의 삶을 살게 한다. 아예 이름도 자기 요일에 맞춰서 지어준다. 하지만 원래 7일로 이루어진 일주일이 하루가 될 수 없듯이, 이들도 완전히 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이들은 '카렌 셋맨'이라는 하나의 가면을 써야 하는 공동 운명체임과 동시에, 각자의 꿈과 개성, 관계를 박탈당한 인간으로 자란다. 각자 맡은 요일에만 외출을 할 수 있는 그들의 운명은 타인의 시선에 맞춰 늘 가면을 쓰고 다녀야 하는 극단적인 몰개성의 시대를 은유한다. 곳곳에 검문소가 있는 감시사회는 회색빛 미장센과 각종 생체 인식 기술로 완성된다. 


하지만 그럴듯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야기를 힘 있게 끌고 나가지 못한다. 자매를 지키는 것이 곧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인 상황에서, 영화 속 자매들은 시종일관 갈팡질팡하다 허무하게 죽어나간다. 사실 반전이라고 할 것도 없이 결말이 뻔히 보이는 이야기인데, 전개가 느리다. B급 액션 영화만 만들던 감독이라 피 튀기는 액션이 좀 과도한데, 통쾌해야 할 액션신이 오히려 계속 이야기의 발목을 잡는다. 결국 영화는 '나 자신과의 투쟁', 혹은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투쟁'이 되는데, 다소 작위적인 설정과 공감 받기 힘든 인물 때문에 용두사미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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